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소설 '채식주의자', 한국 최초 '맨부커상' 후보 선정
상태바
소설 '채식주의자', 한국 최초 '맨부커상' 후보 선정
  • 한지혜
  • 승인 2016.03.25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식의 거부, '나무'가 되다...한강 著


어느 날 악몽에 시달린 뒤부터 육식을 거부하는 한 여자.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다 자해소동을 벌이는가 하면 이제는 스스로 ‘나무’가 되고자 한다.


1993년 등단 이래 일찌감치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소설가 한강(45). 그의 9년 전 작품 『채식주의자』가 영국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 소설이 맨부커상 후보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이 상은 영미권 작가들이 쓴 소설에는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비영미권 작가들의 소설에는 맨부커인터내셔널상(Man Booker InternationalPrize)을 수여한다. 이번에 비영미권 부문에 한강과 함께 이름을 올린 후보는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터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 중국 유명작가 옌렌커 등이 있다.


『채식주의자』는 상처, 욕망, 죽음을 관통하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한강의 소설을 두고 “서정적인 글과 잔혹한 내용이 어우러진 충격적인 작품”이라고 전한 바 있다.


주인공 ‘영혜’는 어린 시절의 충격으로 육식을 멀리하는 인물이다. 여기에 그녀를 이해할 수 없는 남편,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형부, 나무로 변해가는 동생을 보는 언니 인혜가 등장해 화자역할을 한다.


영혜는 단순한 육식 거부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른다. 인간의 지독한 욕망을 보여주는 주변 인물들과는 달리 궁극에는 몸에 옷 하나 걸치기도 꺼리는, 보통의 인간 범주에서도 벗어나는 존재로 변화한다.


영혜가 보여주는 ‘육식의 거부’는 곧 인간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욕망과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의지가 곧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는 총 155개 작품 중 13개 후보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는 다음달 14일 최종후보 6인을 선정한다. 최종 수상자는 오는 5월 16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발표된다.


무엇이든 욕망할 수밖에 없는 인간과 폭력에 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려는 시도. 한국작가가 내놓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세계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