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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통근버스에 100억원 쏟아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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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통근버스에 100억원 쏟아붓나?
  • 김수현 세종참여연대 사무처장
  • 승인 2015.08.28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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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세종 | ‘세종청사 통근버스’ 존폐논란

 

청사관리소, 기재부에 98억원 예산 요청

공무원 수요조사 발표하며 ‘밑밥’ 여론전

로드맵 없는 땜질식 처방은 ‘이제 그만’

 

김수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행정자치부 세종청사관리소가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요자 중심의 근무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입주공무원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세종청사 업무휴식 환경 만족도 높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는 주목할 만한 설문결과 하나가 포함됐다. ‘통근/관내 이동 항목’에서 만족도가 낮아 향후 만족도 제고를 위해서는 이 부분의 개선방안 마련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통근버스 운행의 불가피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아니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통근버스 운행에 대한 밑밥을 깐 것이다.

 

행정자치부 세종청사관리소는 이미 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내년도 통근버스 운행 예산안 98억 원을 이미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올해 운영비와 비슷한 규모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면 이렇게 짜고 치는 고스톱도 없다. 어쩜 이렇게 교묘하고 섬세할 수가 있는가. 예산편성은 이미 해놓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설문결과를 때맞춰 발표하는 것은 정치권에서나 횡행하는 물 타기의 전형일 따름이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해도 어쩔 수 없다. 설령 오해라 할지라도 통근버스 운행 예산편성과 관련해 행정자치부 세종청사관리소에서 부서간의 협업이 안 된 것이니 이 또한 무능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수도권과 세종청사 간 통근버스는 33개 노선에서 요일별로 68∼93대(하루 평균 75대)가 운행되고 있다. 이용자 수는 하루 평균 1900여 명으로 세종시 36개 기관 종사자(1만3000명)의 14.6% 수준이다. 또 세종권(대전·청주·충남 공주)에서는 11개 노선에서 출근시간 64대, 퇴근시간 51대가 운행되고 있다.

 

내년에도 통근버스가 운행된다면 소수의 공무원들을 위해 국민의 혈세 100억 원 가까이가 또다시 집행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특별공급, 이주 지원금 지원에 통근버스 운행까지 세종시는 공무원들의 특혜도시라는 볼멘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눈높이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안일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세종청사 공무원 내부에서도 이미 안착한 공무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미화 및 특수경비와 같은 비정규직 노조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통근버스 운행은 세종청사 구성원들 내에서도 위화감을 불러오고,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불신과 불만을 낳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는 박근혜 정부에게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의 조속한 이전과 아울러 세종청사 통근버스 운행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신설부처 이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신설부처 이전을 추진하게 되더라도 이전 시기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통근버스 운행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통근버스 운행 로드맵 없이 지금과 같이 주먹구구 땜질식 처방으로 통근버스 예산을 편성하면 통근버스 운행은 구조화될 수밖에 없고, 이것은 정부가 앞장서서 세종시 조기정착을 방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통근버스 이용 공무원 같은 경우 자녀의 교육과 맞벌이 문제 등 현실적인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통근버스 운행 고착화는 막대한 혈세 낭비와 아울러 세종청사의 비효율성을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단편적으로 대처할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다행히 출범 4년차를 맞아 세종시에 생활편의시설이 속속 갖춰지고 있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한 학교도 지속적으로 개교하고 있다. 세종청사 공무원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하루 빨리 정착해야 생활편의시설 확충 및 민간부문 투자가 활성화되는 등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안착될 수 있다.

 

세종시 출범 이후 4년 동안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시민들이 동의하고 기다렸다면, 이제는 공무원들이 ‘권리’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다.

 

이제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통근버스 운행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세종시 조기정착에 역행한다는 우려와 불만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라면, 세종시 안착과 정상건설을 위해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이 절박하게 필요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통근버스 운행은 공무원의 ‘개인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정부의 세종시 정책의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행정자치부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98억 원의 내년도 통근버스 예산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조속히 신설부처 이전 고시와 통근버스 운행 로드맵을 제시하고, 통근버스의 연착륙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아울러 통근버스 이용 공무원들이 세종시에 안착하고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통근버스 예산 편성 후에 곧바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교묘하게 여론 작업을 했던 정부의 모습을 기억한다. 비록 비겁했지만 그렇게 촘촘하고 섬세하게 일하라는 것이다. 땜질식 처방은 이제는 그만두길 바란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통근버스 운행도 마찬가지이다. 일 잘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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