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아주기 ‘맞춤형 프로그램’ 절실

‘청소년 행복’에 관한 보고서 2 | 교육행정에 바란다

2016-11-24     김재중 기자

학생고민 해결하지 못하는 신설학교
‘나 홀로 고민’은 늘고 ‘삶의 질’ 하락
교육당국·학교가 잘 새겨야 할 대목

 

행복도시 신설학교가 학생들의 고민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본보가 실시한 행복도시 내 청소년 의식조사 결과 내린 결론이다.

 

이번 조사에서 학생들에게 고민이 뭐냐고 질문하자 ‘학교성적과 진로’라고 응답한 경우가 89.5%에 이르렀다. 가족관계나 교우관계, 외모나 이성교제 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은 1∼2.5%에 불과했다. 행복도시 청소년들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행복도시에서 유독 학교성적과 진로를 걱정하는 청소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생님과 함께 고민해야 행복↑

그런데 고민에 대해 주로 누구와 대화하느냐는 질문에 학생들 대다수는 부모님(42%)과 친구(40%)를 지목했다. 선생님을 고민상담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학생은 단 1.5%에 불과했다. 학교가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선생님들의 역할을 폄훼할 수는 없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선생님을 고민상담자로 보는 아이들의 경우 행복도가 6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들 중 ‘불행하다’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부모님을 고민상담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 행복도 46%, 친구를 그 대상으로 보는 경우 행복도 34%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달리 해석하면 학생들이 고민 대화 상대로 선생님을 꺼려하고 있지만, 결국 선생님과 만나 학교성적이나 진로 등을 함께 고민해야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세종시 교육당국과 학교가 새겨들어야 할 만한 대목이다.

 

문화여가생활 늘려야 행복↑

학생들의 문화여가생활과 행복지수 사이에도 일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행복도시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이사 오기 전과 비교해 문화여가 생활은 줄어들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을 이용하는 시간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문화만족도는 떨어지고 홀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달리 이야기하면 ‘삶의 질’이 하락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같은 요인을 행복지수와 연결해 교차분석하면 한층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된다. 문화여가생활이 ‘크게 늘어났다’고 응답한 청소년들의 경우 ‘행복하다(61%)’는 의견이 ‘불행하다(8%)’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문화여가생활이 ‘크게 줄었다’는 응답층에서 불행(32%)이란 감정이 행복(21%)이란 감정을 짓누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행복도시 학생들의 행복지수 상승을 위해서 ‘문화여가 생활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또한 교육당국과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과제다.

 

집중상담, 문화 프로그램 절실

맞춤형 전략도 절실하다. 이번 조사결과 고등학생보다는 중학생이,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에서 온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았고 전·입학 후 1년이 안된 학생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불행하다’는 반응이 더 많이 흘러나왔다. 취미나 성격이 비슷한 친구들과 사귀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행복지수가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세종포스트 자치연구소 이미정 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나온 결과물들을 잘 조합하면 행복도시 청소년에게 맞춤형 행복증진 프로그램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 지 대략적 윤곽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주 후 1년이 안된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상담하는 학교단위 프로그램 마련, 또래들끼리 정서적 공감대를 쌓고 여가생활도 병행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 확충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