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 아이들, 과연 행복할까

행복도시 청소년 대상 첫 의식조사

2016-11-24     김재중 기자

인간적 교감, 행복지수와 밀접한 관계
‘행복증진 프로그램’ 교육공약 나와야

 

국가의 선택, 또는 부모의 선택. 행복도시 아이들이 갓 신축된 교실에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고 새 친구들과 사귀어야만 하는 이유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행복도시로 이사 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행복하냐고. 10명 중 4명은 행복도시로 이사 온 후 ‘행복해졌다’고 대답했다. 4명은 ‘비슷하다’고 했다. 나머지 2명은 ‘불행해졌다’고 고백했다. 이 정도면 다행이라는 판단이 앞섰다. 행복한 아이들이 불행한 아이들보다 2배 더 많으니까.

 

그러나 행복심리학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행복도시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선진국 아이들(OECD 기준)과 비교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분석기법을 동원해 청소년 의식조사 결과를 면밀히 살펴봤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소통할 줄 아는 아이가 더 행복하다는 것.

 

아날로그 소통이 많은 부류, 즉 부모님과 대화시간이 많고 문화생활을 즐길 줄 아는 아이의 행복지수가 현격하게 높았다. 반면 디지털 소통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이 많은 아이들에게서 유독 ‘불행하다’는 대답이 많았다.

 

‘인간적 교감’이 ‘행복’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른 결과물도 있다. 같은 지역 출신이거나 취미와 성격이 비슷한 친구를 사귀고 있는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높았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거나 부모님끼리의 친분 때문에 친구를 사귀고 있는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물리적이고 외부적인 환경 때문이 아닌, 스스로 인간적 교감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아이들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선생님을 인간적 교감의 상대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상대로 선생님을 지목한 아이는 100명 중 1.5명에 불과했다.

 

어떤 아이들이 ‘불행’을 느끼는지 들여다보는 일도 중요하다. 불행의 원인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행복은 요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보다는 중학생, 남학생보다는 여학생, 공간적으로는 수도권에서 이사 온 아이들, 시간적으로는 이사 온 지 1년이 되지 않은 아이들.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불행’을 느끼고 있다.

 

세종교육이 어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같은 맥락에서 세종시 교육수장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제언한다. 행복도시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행복증진 프로그램’을 공약으로 제시하시라.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야말로 세종시가 꿈꿀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아니겠나.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