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세종청사 어디가고 철옹성만

노무현의 세종 VS 박근혜의 세종 | 청사용지 확대 왜?

2016-11-24     김재중

‘개방적이고 시민친화적 청사’ 초심 퇴색
90억원 들여 만든 옥상정원은 ‘공무원 전용’
청사인근 상업용지 932억 매입 ‘보안 목적’

 

중앙부처의 2단계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취지에 맞는 정부세종청사의 모습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싹트고 있다. 보안강화를 이유로 정부세종청사가 시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

당초 개방형 공간으로 계획됐던 옥상정원의 경우, 출입 자체가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사 주변에 계획된 상업용지마저 정부가 매입해 주차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이면엔 ‘보안강화’라는 명분이 깔려있다.

이런 흐름이 당초 청사설립 의도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으로 남는다. 노무현정부 시절 행복도시 계획의 모토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도시 구현’이었다. 이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지난 2006년 작성한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 잘 반영돼 있다. 당시 행복청은 ‘민주적이고 평등한 도시구현’ 모토에 따라 정부세종청사를 "개방적이고 시민친화적인 모습으로 건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획일적인 청사외관을 다양하고 개성 있는 모습으로 설계하고 권위적·폐쇄적 공간에 개방성을 가미하는 대신 보안성과 조화를 이루겠다는 원칙도 제시됐다. 현재 정부세종청사의 모습은 바로 이런 원칙을 반영한 국제공모를 통해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정부를 거치고 박근혜정부에 이르면서 정부세종청사 운영은 ‘보안강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운영이 대표적 사례다. 옥상정원은 국무총리실에서 환경부까지 1.5㎞ 구간이 모두 연결돼 하나의 정원처럼 꾸며졌다. 넓이만 3만 2000㎡에 이르는 국내 최대 옥상정원이다. 정원 조성에만 90억 원 이상이 투입됐고 매달 유지비용만 3억 원 이상이 든다.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취지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옥상정원은 계획과 달리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장소가 돼 버렸다. 세종시가 지난 10월 제1회 세종축제를 개최하면서 중앙정부 협조를 구해 800명의 한정된 시민들에게만 잠시 공개했을 뿐, 청사 공무원들의 전유물처럼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청사에 60대 남성이 가짜 신분증을 제시하고 들어와 방화사건을 일으킨 뒤, 세종청사 옥상정원 개방계획이 취소됐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상업용지 13만 5523㎡를 932억 원에 사들인 이유도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행복청은 이 땅을 사들인 이유에 대해 "주차난이 심각해 질 것으로 우려돼 주차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면엔 국가정보원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사 인근에 고층 상업빌딩이 들어서면 대통령 등 국가 요인에 대한 저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행정타운에 적절한 상업시설을 배치해 행정과 상업기능 등 도시기능을 연계시키겠다는 취지도 보안문제로 후퇴한 셈이다.

이처럼 정부세종청사 건립과 운영에 대해 첫 설계안이 ‘개방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후 ‘보안성’이 강조되면서 개방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행정과 국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에 대한 집권세력의 눈높이 차이가 이런 현상을 불러 온 근본적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