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잘못 했으면 해결책 마련해줘야

어느 맞벌이부부의 하소연 | 유치원도 못 보내는 데 행복도시?

2016-11-23     김재중

일반경쟁률 한솔 7대1, 미르 4.6대 1
내 돈 주고도 아이 맡길 곳 없는 현실
일반시민에 불편주면 인구유입 어려워

세종시 첫마을아파트 6단지에 거주하는 A씨 부부. 두 사람은 천안과 대전의 연구원에 근무하는 전형적 중산층 부부지만, 아이의 유치원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A씨가 보내 온 장문의 사연을 기고문 형태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편집자>

 


저는 천안의 한 연구원에, 아내는 대전 대덕특구의 한 연구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올 1월 대전 유성구 반석동에서 첫마을 6단지로 이사 왔습니다. 세종시가 경기 이남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습니다.

‘학교대란’ 등의 언론보도도 문제될 건 없었습니다. 학교를 아직 안다니는 아이라서 편하게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지난 주 한솔유치원과 미르유치원에서 원아 공개추첨이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를 보낼 만 3세반의 경우 두 유치원 모두 45명 정원이어서 언뜻 보면 3대 1의 경쟁률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솔이 우선대상자 27명을 제외한 18명, 미르가 우선대상자 17명을 뺀 28명을 각각 일반으로 선발했습니다. 그러니 실제 경쟁률은 한솔이 7.2대 1, 미르가 4.6대 1인 셈이죠. 애초부터 우리 같이 월수입이 썩 괜찮은, 정상적인 가정에서는 사실상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우선대상자가 많은지 하는 넋두리는 소용없겠지요. 적게 잡아도 100여명의 아이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대전에서는 당연히 조금 규모 있는 법인 어린이집에 보냈던 아이였습니다. 이곳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 밖에 없는데 대기자가 수십 명이라 하고, 가정 어린이집을 찾아봤지만 그나마 자리가 없더군요.

내년이면 우리 아이가 한국나이로 5세(만3세)가 되니, 가정 어린이집에서는 안 받아준다고 하네요. 한창 보살핌과 배움이 필요한 나이에 팔순 노모가 눈도 어두우셔서 책도 읽어주기 힘든 상황입니다. 게다가 하루 종일 애를 보게 하는 것만큼 불효가 어디 있습니까.

어린이집을 관장하는 세종시에 전화하니 어린이집은 더 이상 할당 할 수 없다는 군요. 가정 어린이집은 300가구당 1개로 한정하도록 되어 있다고. 세종시교육청에 전화하니 신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하나 둘씩 지정되어 있는 유치원을 언급 하더군요. 그 아파트에 입주자 생기면 그 분들은 애가 없답니까? 한솔동에서 해결 안 되는 아이들을 다 받아주면 그 단지 아이들은 어쩌라고요.

그래도 교육청 상담자는 매우 친절하셔서, 금남면 쪽 병설 유치원 등을 연락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팔순 노모는 운전을 못 하십니다. 한솔동까지 통원버스가 운영되는 곳은 기장초 병설 유치원이 유일한데, 곧 원아모집이 있습니다. 연락 해 보니 내년부터는 한솔동은 버스가 안 다닐 거라고 합니다.
해결방법이 없을까요.

우리나라 어느 동네도 국공립 시설만으로 아이들 수요를 충당하는 곳은 없습니다. 민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들어와야 합니다. 내돈주면 내 아이를 보낼 수 있고, 돈 조금 더 주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거나, 버스로 통원이 가능한 곳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세종시 공무원 얘기를 들어보니 한솔동에는 이미 규모 있는 민간 어린이집을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없다는 군요. 행복도시건설청과 LH의 부지 할당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물론, 이런 민간 어린이집은 300가정 당 하나라는 규정에는 적용받지 않아 설립은 가능합니다. 유일한 방법은 상가건물에 입주하는 방식인데, 유치원 유치가 쉽지 않겠지요.

더 큰 문제는, 중앙부처가 있는 다른 입주 예정인 생활권에도 역시 민간 어린이집 설립 신청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입주자가 늘어날수록 그 비율만큼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계속 더 부족해 질 것이라는 것이죠. 너무 오밀조밀 지구 설계가 되다 보니, 사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지을 유휴부지 확보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설립신청이 올해와 내년에도 없다면, 아이들 맡길 곳이 없어 결국 세종시를 떠나야 하겠죠.

제가 알기로 세종시 한솔동의 경우 주민의 45% 가량은 이전공무원이나 이전기관 소속이 아닌 일반인입니다. 직장 어린이집에 넣을 수 없는 것이지요. 우리도 세종시 주민으로 살려고 왔지, 이전기관 분들과 차별받으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세종시 인구가 20만, 30만이 되면 그 중 얼마나 이전기관 분들이겠습니까? 일반인들이 아니면 도시는 발전 할 수 없습니다.

민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적극 유치하고, 이를 위한 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전국 최대 비율이라는 녹지만 많으면 뭐 한답니까. 정작 우리 아이 보낼 유치원이 없는데. 부지를 마련해 주던지, 아니면 초기 경영이 어려우면 1~2년 적자를 보조해 주던지, 뭔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정리=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