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포인트는 ‘특권’

특별공급 논란 | 행복청-세종시 엇갈린 주장

2016-11-23     김재중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구역 내 신규아파트 특별공급을 둘러싸고 세종시와 행복청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세종시가 예정구역 내 주택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자치단체 공무원에게도 특별공급 청약자격을 부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행복청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 특별공급’이란 국토부의 주택공급규칙과 행복청의 특별공급 세부운영기준에 따라 예정구역 내 아파트 신규분양 시, 공급량의 70%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중앙부처 공무원 등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는 제도다.

#.세종시 "행복청의 지나친 재량권 남용"

세종시는 규정상 자치단체 공무원에게도 특별공급 청약자격을 부여해 줘야 하지만 행복청이 입주자모집공고 승인 과정에서 자신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복청이 마련한 특별공급 세부운영기준 4조 1항은 총 7개 부류의 특별공급 대상자를 못 박아두고 있다. 예정구역에 이전하거나 설치한다는 전제로 ▲행복청 종사자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종사자 ▲교육법 상의 교육기관 종사자 ▲3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제조업체 종사자 ▲30인 이상의 연구원을 보유한 연구기관 종사자 ▲세종시 출범준비단과 LH 세종본부 종사자 등이다.

이 조항 2호에 ‘예정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 종사자’에게도 특별공급자격을 주도록 명문화된 만큼 자신들에게도 청약자격을 달라는 것이 세종시 입장인 셈이다. 세종시는 내년 준공을 목표로 예정구역 3생활권에 청사를 건립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충북 오송에 이전한 정부기관 종사자에게도 특별분양권을 주면서 세종시 출범에 따른 전입인원이 800여 명에 이르는 세종시와 교육청 종사자에게 동일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행복청이 지나치게 재량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역간 갈등 및 기관간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복청 "중앙공무원도 아직 집 못 구했는데…."

행복청은 세종시의 직·간접적 불만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고 기관대립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고 있지만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일절 공식적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이 익명 또는 비보도를 전제로 세종시 주장에 반대의견을 내고 있을 따름이다.

실제로 본보가 접촉한 다수의 행복청 관계자는 "세종시 공무원들이 특별분양 청약권을 요구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라고 입을 모았다. 세종시 공무원은 과거 연기군 공무원이 그대로 흡수되거나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전입을 해왔기 때문에 주택청약 우선권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치원읍에서 예정구역으로 청사를 옮기면서 ‘기관 이전’의 혜택을 누리려는 것은 세종시 스스로 강조하는 ‘예정구역과 읍면지역 간 균형발전 논리’에도 위배된다는 주장까지 흘러 나왔다.

익명의 행복청 직원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1만 4000여 중앙부처 공무원 중 아직 4000명 가량이 집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세종시 공무원에 대한) 특별공급 우선권 부여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집을 모두 구하고 난 뒤에나 고려할 일"이라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법제처, 총리실 등 제3기관 중재 나서야

근본적으로 두 기관 간 견해 차이는 예정구역 내 신규아파트 특별공급이 왜 필요한 것이냐는 인식의 차이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런 인식 차이 때문에 두 기관이 주택공급규칙이나 특별공급 세부운영기준에 표현된 문구를 엇갈리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세종시는 직주(직장과 주거)근접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부처가 국가정책에 따라 세종시로 옮겨오면서 종사자들의 직주근접권이 침해를 받기에 이에 따른 보상차원에서 특별공급 청약권을 주는 것이란 해석이다. 세종시 공무원이 읍면지역에 주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예정구역에 신청사가 건립되는 만큼, 예정구역 아파트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행복청은 ‘이전기관 종사자들의 주거안정이 대원칙’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주택이 시급하게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공급 청약권을 부여해야 하는데, 세종시 공무원들의 경우 중앙부처 공무원보다 주택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볼 수 없기에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세종시 출범 초기부터 같은 문제로 논란이 반복돼 왔던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와 행복청이 상설화된 정책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는 것이 순리지만, 워낙 첨예한 인식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법제처 유권해석, 총리실 중재 등 제3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종시 건설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에 관련된 문제인 만큼, 논란이 장기화되면 여론의 역풍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