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 세계 도시농업의 수도가 되다

도시농업이야기 | 외국사례 ④ 쿠바

2013-09-09     지태관(한국공공행정연구원)

소비 농산물 80% 도심 텃밭 생산물
미국 경제봉쇄 등 식량안보 차원에서 출발
농업기술연구소 지원 철저한 유기농업 고수


쿠바의 도시농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도시농업과는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쿠바에서 유기농업의 성공은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일반 국민들의 호응,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관계기관의 공동협력에 의한 결과물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는 1989년 이전만 하더라도 국가에서 식량을 배급해주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식량에 관한 불만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의 붕괴로 인한 무역국 감소, 1992년 미국의 경제봉쇄 강화 등으로 식량부족 등 커다란 혼란이 일어났다.

당초 수도인 아바나에서 도시농업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나, 생존을 위한 식량 확보 차원에서 도시농업이 불가피했다. 시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콘크리트로 덮여있는 시가지에 벽돌과 돌, 합판 등으로 둘레를 친 뒤 그 한가운데에 퇴비와 구비를 섞은 흙을 넣고 ‘칸테로(Cantero)’라 불리는 묘상에 옥수수, 감자 등 작물을 집약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쿠바의 도시농업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생계를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도시 내 모든 토지를 경작 가능케 하고, 파티오(Patio, 스페인식 안뜰), 화분, 주택과 도로 사이에 있는 시민농원 등 다양한 형태로 도시텃밭을 조성했다. 이런 식으로 수도 아바나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80%를 도시농업으로 충당하고 있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정부의 적극적 정책 의지뿐만 아니라 유엔이나 국제구호기관들의 기술과 재정 지원도 기여한 바 크다. 1993년 대규모 국영농장들을 소규모로 나눠 노동자가 경작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고 1994년 121개의 농민시장을 개설, 농산물 거래를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도 도시농업발전에 기여했다.

아바나 시 면적 728㎢ 중 299㎢가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이 도시농업인들이 220만 아바나 시민들에게 1인당 매일 150∼300g의 신선한 농산물과 기타 식용작물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농업의 운영방침은 친환경 농법에 의한 유기농산물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 천적보다 좋은 농약은 없다는 지론을 실천하고 있는 것. 사실 쿠바는 아열대 기후이며 토지가 척박하기 때문에 병충해의 발생빈도가 많아 유기농업을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쿠바정부는 전국적으로 200개가 넘는 농업연구소를 활용해 시민들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 3만 5000여 명의 연구원들이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기술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아바나 시정부도 농사를 지을 때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1996년 제정했다. 또 시민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거나 수질오염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가축의 사육을 금지하는 규정도 제정했다.

생활용수의 부족으로 수돗물을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고, 토양에 자갈이 많고 영양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퇴비 등 유기질비료가 대량으로 필요 하는 등 많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으나 현재 쿠바의 파티오 텃밭 구획은 30만개가 넘는다. 앞으로도 쿠바정부에서는 50만개 이상의 파티오를 구획해 주로 과일을 재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바나 남부의 산미구엘 델 파드론 구에는 원래 쓰레기 매립지였던 토지를 실업자들이 모여 농지를 만든 ‘아메리헤이라스 형제 농장’이 있다. 1999년 협동조합으로 설립해 현재 경작하는 2㏊의 농장은 국유지를 무상으로 임대한 것으로, 조합장을 비롯한 8명이 참여하고 있는 소규모 농장이다. 이곳에서 유기농업으로 생산된 수확물은 모두 지역에서 소비된다. 학교급식과 직판매가 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커뮤니티 판매와 고령자 전용식당에 무상으로 공급되기도 한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원래 환경보전 목적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도시농업의 생태적 측면이 강조되어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나대지 녹화, 지하수 개발, 대기질 개선, 도시경관 개선 등의 긍정적인 환경보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쿠바의 도시농업은 식량안보, 친환경 농산물, 도시 녹지 공간 확보 등 복합적인 목적을 띠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가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