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발코니 텃밭’

화분이 적합, 상토는 원예용 사용

2013-06-18     지태관(한국공공행정연구원)

햇빛 적어도 잘 자라는 작목 선정
상토 깊이에 따라 물주기 횟수 조절

도시민이 가장 손쉽게 도시농업을 실천할 수 있는 장소가 아파트 발코니다. 처음 아파트 문화가 시작된 이후 매년 아파트 거주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아파트 및 연립·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57.2%(991만 3000가구)에 달한다.

그러면서 아파트 발코니 텃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발코니는 아파트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100㎡(30평)평형에 약 6∼7㎡ 규모로 조성돼 있다. 최근 추세가 발코니를 확장하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발코니를 없애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파트에 발코니가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관엽식물이 아파트 등 실내에서 많이 키우는 식물이었는데 거실이나 발코니를 이용해 채소 기르기에 도전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발코니에 텃밭을 조성해 작물재배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발코니의 작물재배환경과 재배하고자 하는 작물의 생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발코니는 자연조건보다 햇빛 투과율이 떨어지고 환기가 불량하며 건조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 등을 감안해 작목을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발코니에 텃밭을 조성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먼저 고정식으로 설치할 것인지, 이동식텃밭으로 할 것인지, 또는 수경재배기를 구입해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 좁은 공간에서 활용도가 높은 3단 텃밭
발코니에 고정식 텃밭을 조성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으나 필자의 경험으로 본다면 가능하면 이동식 상자텃밭으로 조성하는 것이 무난하다. 고정식의 경우 1∼2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상토 보충이나 교체 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한 번 설치하면 다시 보완하거나 정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설치하기도 쉽고 관리 및 이동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이동식텃밭이 유리하다.

수경재배기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 많은 만큼 적당한 것을 선택해 구입하면 된다. 보통 10∼50만 원선이다. 발코니에서 수경재배를 통해 채소를 생산한다면 가족의 건강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

이동식텃밭을 쉽게 표현하면 일반적인 화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도시농업에 있어서는 화분을 텃밭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이동식텃밭으로 거창하게 표현하는데 실상은 우리 생활주변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 화분, 사각화분, 천 화분, 스티로폼, 기타 폐자재를 활용하는 화분재배인 것이다.

먼저 상자텃밭이 준비되면 상토를 확보해야 한다. 실외 작물재배 시에는 일반 흙에 퇴비, 부엽토 등을 혼합해 상토를 만들면 되지만 발코니는 실내인 관계로 일반 퇴비나 두엄 등을 사용한 상토를 사용할 경우 생활공간인 실내에 악취가 확산되고 날파리, 벌레 등이 생긴다. 따라서 시중에서 시판 중인 원예용 상토, 분변토 등이 무난하다.

▲ 거실이나 베란다 등 광량이 부족한 장소에서 재배할 수 있도록 제작된 LED 수경 재배기
텃밭과 상토가 준비되면 재배할 작목을 선정해야 한다. 작목선정은 가능하면 수확기간이 짧고, 햇빛이 적은 상태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작목이 좋다. 상추 치커리 부추 밭미나리 대파 열무 취나물 등이 적당하다. 물론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 등도 재배는 가능하지만 약한 햇빛과 환기부족 등으로 절간(마디)이 길어지고 잎이 연약해지며 착과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등 작물에 대한 수준 높은 재배기술과 이해가 필요하다.

정식 후 관리함에 있어 상토의 깊이(두께)에 따라 관수(물주기) 횟수가 중요한 포인트다. 온도가 높은 7∼8월에는 1∼2일 간격, 봄이나 가을에는 2∼3일 간격이 적당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사항이므로, 베란다의 방향 환기 습도 작목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관수횟수를 조절하면 된다. 보통 상토의 윗부분 1∼2㎝정도가 마른 상태가 되면 관수를 해주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다.

작물을 정식한 후 매일 같이 물만 사용한다면 20∼30일 후에는 반드시 비절현상(거름기가 떨어져 잎이 노랗게 변하고 생육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영양제나 제4종 복합비료, 깻묵비료 등을 약 500배액(물20ℓ에 영양제 40g 또는 400㎖)으로 혼용한 후, 영양생장기에는 물2회, 영양제 1회를 교대로 시용해 줘야 한다. 또 열매가 맺히는 생식생장기에는 물1회, 영양제 1회를 교대로 시용해 주는데, 시판용 조루를 이용해 윗부분의 상토가 깊이 패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수경재배는 원리만 이해한다면 매우 편리하고 깨끗한 농산물을 생산해 자급할 수 있는 재배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수경재배(또는 양액재배)가 농가에 보급돼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1980년대 후반이다. 오이, 토마토, 상추 등 다양한 작목에서 시작됐으나 양액 혼합액의 문제, 수온, 맛, 저장성 등 여러 가지 제반요인에 의해 더 이상 확산되지 못했다.

이 후 상추 등 쌈 채소 위주로 재배하는 수경재배와 토마토 메론 오이 고추 가지 딸기 등 과채류를 재배하는 배지경 양액재배 형태로 개선돼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다. 발코니텃밭에서는 수경재배(물과 양액으로만 재배하는 형태) 또는 배지경 양액재배(인공상토에 양액으로 재배하는 형태) 어느 형태로든 재배가 가능하다.

현재 시중에는 여러 회사에서 특허 또는 상품으로 등록한 다양한 수경재배기가 시판되고 있다. 수경재배로 재배할 수 있는 작목은 엽채류 과채류 등 다양하지만 성공적인 재배를 위해서는 상추 치커리 등 쌈 채소 위주로 재배하는 것이 좋다. 오이 가지 토마토 등도 큰 문제는 없으나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가 이 작목을 선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