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목소리·표정 ‘인사의 3박자’

글로벌매너 | 우리나라에서의 바람직한 인사

2013-09-02     박한표(EU문화연구원장)

눈 마주친 뒤 허리 구부려야 정석
C음계 ‘솔’ 음 톤 밝은 인상 줘
어른에겐 두 손 맞잡고 공손하게
시간·장소·상황 무시한 인사는 역효과


한국에서의 인사는 허리를 굽히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인사를 할 때 허리를 굽히는 각도는 약 30도이다. 여기서 말하는 각도는 인사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전하고픈 마음의 깊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각도가 마음에서 느끼는 존경심과 사랑의 깊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인사를 ‘각도 인사’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된다. 그리고 한국식 인사를 ‘속도인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허리를 숙인 뒤 올라오는 속도 또한 감정의 깊이만큼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인사의 종류를 알아본다.

▲정중한 인사(정중례) : 집안의 웃어른에게 인사 할 때나 졸업식, 시상식, 결혼식, 각종 기념식 등에서 인사를 하는 경우다. 이 인사는 바로 서 있는 자세에서 발꿈치를 모아 상대의 눈을 직시하면서 45도 정도 굽혀서 정중하게 하는 것이다. 정중한 사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그리고 아쉬운 배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보통 인사 (평경례) : 인사의 이상적인 각도는 23.5도(지구가 태양을 향하여 기울어져 있는 기울기) 기울여 반가운 마음을 전하는 인사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행해지는 인사방법이다. 웃어른에게 인사할 때 바람직한 것은 2내지 3m 가량 앞에서 인사하는 것이다. 꼭 정확하게 23.5도를 맞추기 보다는 약 3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식 인사 (약례) :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흔히 하는 인사이다. 바로 선 자세에서 상체를 15도정도 앞으로 굽혀서 인사하는 것이다. 친한 사람이나 또는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등 좁은 장소에서 또는 직장의 복도를 지나면서 상사나 동료를 만났을 때 하는 가벼운 인사다. 이때도 목만 굽히거나 상체를 너무 빨리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눈인사 (목례) : 가볍게 고개 숙이면서 부드러운 표정을 지면서 하는 눈인사를 말한다.

인사를 하면서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제안들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제일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이 상대방의 눈을 보며 인사하는 것이다. 인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눈이다. 눈빛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는 대화하거나 인사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라고 가르친다. 인사를 하면서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것은 뭔가 진실을 숨기고 있거나 거짓 행동을 연출하고 있다고 오해를 살 수 있다. 눈 맞춤이 없는 인사는 무관심하거나 의례적인 인사로 치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상대방이 쳐다보지 않고 있으면 "안녕하십니까?"하고 말로만 인사한 후, 그 인사말을 상대가 듣고 우리와 눈을 마주쳤을 때 허리를 구부려 인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사말을 하려고 노력하자. 좋은 인사의 3박자가 인사하는 자세, 경쾌한 목소리와 밝은 표정이다. 인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인사말을 건네느냐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덧붙이는 정감 있는 인사말 한마디는 보다 더 풍성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준다. 이 때 인사말의 목소리는 C음계 ‘솔’ 음 톤이 더 밝은 인상을 준다고 한다. 인사를 잘 하는 사람이란 인사 그 자체만이 아닌 태도와 눈의 표정, 따뜻한 인사말이 포함된 인사를 하는 사람이다.

바른 손의 자세로 인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른에게 인사를 하거나 경건한 의식에 참여해 인사할 때는 두 손을 앞으로 맞잡는다, 이를 ‘공수’라고 한다. 두 손의 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여서 편 다음에 모은다. 엄지손가락은 엇갈려 깍지를 끼고 집게손가락 이하 네 손가락은 포갠다. 평상시 남자는 왼손이 위로, 여자는 오른 손이 위로 가게 한다. 그러나 상가에 가서는 반대로 남자는 오른손이 위로, 여자는 왼손이 위로 가게 한다. 하지만 제사 때는 평상시대로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사를 할 때는 차려 자세로 계란을 쥐듯 손을 가볍게 잡고 바지 재봉 선에 맞춰 내린다. 그리고 몸을 숙일 때는 손이 바지 재봉 선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발은 뒤꿈치를 붙이고 시계의 10시10분 정도가 되게 벌린다. 여성의 경우는 공수를 하여 아랫배에 가볍게 대고, 몸을 숙일 때는 손을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린다. 발은 뒤꿈치를 붙인 상태에서 시계의 두 바늘이 11시 5분을 나타낸 정도로 벌리고 하는 인사가 예쁘다.

인사는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목욕탕이나 화장실에서 선생님을 만났을 때 인사를 하는 것이 좋을까? 인사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무방하다. 굳이 인사를 한다면 목례정도가 무방하다. 동물들은 대부분 교미를 하거나 먹을 때, 또 배변을 하거나 목욕을 할 때 포식자의 공격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소변을 볼 때 누군가 뒤에서 큰소리로 인사하면 좋지 않은 이유가 동물의 원천적인 공포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좋은 매너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배려하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파티나 잔치 또는 상가에서 중간에 혼자서만 돌아오는 경우 반드시 주인을 찾아서 돌아간다는 인사를 해야 할까? 구태여 바쁜 주인을 부르기보다는 혼자 살며시 빠져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T·P·O를 무시한 인사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사말도 자연스럽게 건네는 시점이 있다. 어수선한 주위를 환기시키거나 상대방의 시선을 집중시켜야 할 경우라면 인사말을 먼저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인사말 중에 불쾌감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있으니 T·P·O에 맞는 인사말을 찾아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