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영상기록물들은 어디에 있을까?

2016-05-26     송길룡(영화칼럼니스트)
세종시 공보실에서 무인항공촬영으로 담은 세종호수공원 영상
세종시 공보실에서 무인항공촬영으로 담은 세종호수공원 영상


세종시가 2012년 7월 출범하기 1년 전, 세종시 건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였지만 옛 연기군의 조치원읍에서 거주하기 시작한 나로서는 생업에 대한 기본적인 노력과 별도로 내가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은 욕구가 매우 크게 느껴졌었다.

이후 틈이 나는 대로 발품을 팔아가며 꾸준히 옛 연기군 지역을 두루 살펴봐왔다. 하지만 그런 지식과 체험을 깊이 있게 얻어내기에는 옛 연기군 그리고 지금의 세종시는 여전히 낯선 지역이다. 토착민들이 주로 이야기하듯 나는 한 마디로 ‘외지인’으로서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시점을 나타내는 2013년 7월은 세종시가 출범한 지 꼭 1년째 되는 달이다. 여기저기서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개최됐다. 그중에 관 주도 행사가 아닌 기념행사로서 한국YMCA세종센터와 경향신문사가 공동주관한 <세종시민포럼>(7.11)이라는 토론회는 시민의 시각에서 세종시의 짧은 역사를 압축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게 하는 뜻깊은 기회였다.

‘세종시 출범 1주년, 의의와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단국대 조명래 교수가 발제를 했고 윤희일 경향신문 기자의 사회로 조수창(세종시 균형발전담당관), 임비호(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임동천(세종민예총 지회장), 이상점(한국YMCA세종센터 사무총장) 등 세종시 주요 단체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의 열기를 더했다.

조 교수의 발제는 시민이 실질적 주축이 되는 자치정치가 세종시의 미래를 밝게 만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현재 거주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10년, 20년을 거치며 새롭게 거주하게 될 미래의 수많은 주민들에 대한 폭넓은 배려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특기할 만하다.

이 포럼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하자. 자세한 사항은 경향신문 7월12일자를 살펴보거나 한국YMCA세종센터(044-862-7891~2)에 자료를 요청하면 될 것이다. 토론회에 집중하면서도 자칭 영화광인 나의 관심은 한편으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세종시민포럼> 주최 측에서 포럼 개회식에서 보여준 ‘세종시가 걸어온 길’이라는 영상이 그것이다. 이 영상은 주최 측에서 실제로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세종시 출범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들이 견인해온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을 회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외지인’으로서의 나는 영상 속에 나열되는 수많은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세종시가 날벼락처럼 만들어져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상은 오직 사진만을 자료로 삼고 있으며 영상 말미에는 부록처럼 세종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소개돼있다.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세종시민들에게 좀 더 뜻 깊은, 다각적인 영상자료를 풍성하게 담아놓은, 본격적인 세종시 기록영상물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졌다.

수도 이전이라는 국가적인 현안에서부터 ‘행정수도’라는 우여곡절이 담긴 위상에 이르기까지 숱한 고난을 겪으며 태동한 세종시는 아마도 한국현대사에서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역사적인 도시 건설의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그런데 이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줄 영상기록물은 도대체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관리되고 있을까?

세종시 출범 1주년 기념 세종시민포럼 참석자들이 '세종시가 걸어온 길'이라는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세종시 출범 1주년 기념 세종시민포럼 참석자들이 '세종시가 걸어온 길'이라는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세종시에 살면서 그저 거주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 생활체험에 머물면서 바로 눈앞에서 전개되는 이 역사적인 장면들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채 흘려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혹시나 하며 유튜브에 ‘세종시’라는 검색어로 영상물들을 살펴보니 세종시 공보실에서 제작한 무인항공촬영 영상물들이 주르륵 올라왔다. 여전히 ‘외지인’인 나는 적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종시 건설은 제대로 된 기술로 만들어진 영상기록으로 새겨질 필요가 있다. 시기를 놓치면 정말로 날벼락 같이 만들어진 세종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