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색 블루 피카소는 우울, 이브클라인은 순수

서양미술산책

2013-04-22     이순구(대전시립미술관 큐레이터)
▲ Yves Klein, ADAGP, Paris, 2012


피카소의 블루가 우울한 것이라면, 이브클라인(Yves Klein 1928-1962)의 블루는 순수한 회화를 추구하고자한 감성이다. 청자 빛이 맑은 영혼을 씻어낸 색채라면, 이브클라인의 청색은 진득한 삶을 투영한 빛깔이다.

이브클라인(Yves Klein1928~1962)은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으며 34년이란 짧은 생애 중 7년 동안 조각, 퍼포먼스, 건축,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이 모든 분야에서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비물질성(immateriality)이다. 그는 부모를 따라 일본에 1년간 체류하던 기간 유도에도 심취했으며, 1946년부터 ‘52년까지 신비주의 철학을 중심으로 철학을 습득했다. 이것은 공간과 비물질성에 대한 기본개념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개념은 1958년 흰 벽과 대형 덮개와 유리창만 청색으로 칠해졌을 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전람회를 열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성 프란시스코 벽화의 배경과 그가 태어난 니스의 푸른 하늘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게 되었다는 그의 "세계적 클라인 청색(International Klein Blue: IKB)은 합성수지와 솔벤트를 혼합하고 또 화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그만의 특별한 블루를 만들어 내고 고유 명사화하였다.

그는 화실이 없는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자연을 자기 화실이라 하였으며, 청색을 바른 스펀지를 화판에 박아 붙여 모노크롬 조각을 만들기도 하였다. 1957년 밀라노의 화랑에서 똑같은 크기의 똑같은 청색 색채의 작품 11점을 전시하고 작품가격을 모두 다르게 하였다. 그 이유는 작품가격이 작품을 음미하고 즐기는 비율에 따라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작가가 제시한 가격에 모두 팔렸다. 그의 캔버스에 청색을 칠해 놓은 것은 표현하고자 하는 색채 공간이 형태에 의해 방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외적인 형태를 제거하고 색채를 객관화시킴으로써 주관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던 것이다. 절대적 색채와 공간의 순수함이야말로 그가 추구했던 회화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는 청색을 통해 모든 물리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고 무한대의 길을 열어주는 것을 원했으며, 보이지는 않거나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나 에너지, 초자연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이러한 생각은 누드 인체로 직접 찍은 작품에 절정을 이룬다. ‘60년 실내악단의 연주에 맞추어 자신의 청색 물감을 온몸에 칠하고 벽에 붙여진 종이에 몸을 비벼 몸과 에너지를 그리게 했다. 또한 물과 불의 현상이 만나게 되는 그림으로 동양의 윤회설을 그림으로 나타내거나, 푸른 하늘을 가리키며 허공에 사인을 해 이것은 자기의 작품이라 명명했던 행위들은 후에 퍼포먼스와 단색회화, 개념미술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워싱턴의 허시혼 미술관(Hirshhorn Museum)에 전시된 작품은 블루의 단색회화로서 모든 공간을 꽉 채우거나 또는 비워내 보이는 극대의 순수성과 농축된 밀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 Yves Klein, Hirshhorn Museum, Washington,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