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마을 물가 ‘나는 강남스타일’

외식·주유·사교육비 등 인근 최고수준 … 이유는?

2013-01-24     김재중

"세종특별자치시에서 특별한 것은 물가 밖에 없다"
첫마을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오가는 농담 섞인 푸념이다. 서울과 경기도 과천에서 이주해 온 중앙부처 공무원 가족들은 "물가 수준만 강남스타일"이라거나 "과천에서보다 생활비가 더 든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세종포스트’ 집중취재 결과, 근거 없는 푸념이 아니었다. 가계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식비, 주유비, 사교육비 등은 대전∙충남 인근지역 물가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얄팍한 지갑을 들고도 해결할 수 있는 김치찌개나 짜장면 값이 인근 대전지역보다 1000∼2000원 비싼 것은 애교에 가깝다. 과목당 사교육비는 5만∼10만 원씩 비싼 것이 일반적이고, 주유비 역시 대전 최고 상권을 자랑하는 유성 노은지구보다 리터당 50원 이상 더 들기도 한다.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상업시설 부족으로 아직 정주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탓에 싸고 저렴한 곳을 찾으래야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고물가의 원인은 높은 상가 임대료 때문이다. 사업주는 "상가 주인에게 줘야 하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고 말하고, 상가 주인은 "분양당시 LH 경쟁입찰 관문을 뚫기 위해 비싼 가격으로 분양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시장가격이 ‘뻔히 보이는 손’에 의해 농락당한 형국이다.

상권형성의 병목현상을 덜기위해 사업 속도를 높여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LH는 요지부동이다. "기반공사 기간을 앞당기기 어렵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종시 첫마을의 높은 물가는 행정당국의 견제와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채 질주 중이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