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아낙네들이 만든 ‘의당전통손메주’

맛과 진실로 승부, 전통방식 고집, 로컬푸드 운동의 선두주자

2013-01-24     김수현

고유명사가 된 ‘의당전통손메주’
‘의당전통손메주’의 원래 주소지는 ‘공주시 의당면 용현리’였다. 지난해 세종시 출범과 함께 의당면 일부가 세종시로 편입됐다. 용현리도 편입에 포함됐다. 주소지도 ‘세종시 장군면 용현리’로 바뀌었다. 엄밀히 따지면 행정구역상 ‘의당전통손메주’라는 명칭은 맞지 않다. 엄연히 공주시 의당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당전통손메주’라는 브랜드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이미 전국적인 명성과 경쟁력을 통해 브랜드가 고유명사화 됐기 때문이다. ‘의당전통손메주’ 브랜드에는 17년 전 시골 아낙네들이 모여 장을 담그기 시작한 역사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시골 아낙네로 불리는 임재숙 대표와 정순애 씨, 성숙자 씨의 자부심과 열정은 대단했다. 300여개의 항아리에는 이들의 정성과 손맛이 오롯이 배어있다. 이들은 로컬푸드에도 일찍부터 관심이 많았다. 2011년 결성된 공주시 로컬푸드 마을기업 ‘공생공소’의 생산농가이기도 하다.

시골 아낙네들의 의기투합
의당면은 예로부터 콩 주산지였다. 따라서 장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맛을 사업화시키는 사람이 없었다. 1997년 40대 중반의 시골 아낙네들이 의기투합했다. 세상물정 모르고, 아이들만 키우고, 농사에만 전념하던 시골 아낙네들이었다. 당시 생활개선회 활동을 한 것이 사회활동의 전부였다. 초창기 공주시 농업기술센터로부터 ‘농촌여성 일감갖기 사업지원비’로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나머지는 공동출자로 사업자금을 모아 작업장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자본금이 없어 장 구좌계설을 먼저 만들고 재료비를 얻어 장을 담아 판매했다. 공주시 기술센터에서도 3,000만원을 지원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활개선회 활동 등을 통해 시골 아낙네들의 활동력이나 신뢰도 등을 눈여겨보고 지원했다지만 모험과 같은 일이었다.

메주와 사랑에 빠지다
사업 초기에 가장 큰 난관은 ‘마인드’ 변화였다. 녹슬고 정지된 사고를 사업가의 마인드로 바꾸는 것이 관건이었다. 당시 김희영 공주시 기술센터 담당이 발바닥이 닳도록 작업장을 찾아왔다. 한마디로 ‘반복학습’이었고, ‘세뇌’에 가까웠다. 우수한 메주를 만들기 위한 환경을 숙지하고, 온도와 습도 맞추는 것 등을 습관화했다. 자연스럽게 메주가 삶이되었고, 메주와 하나가 되었다. 메주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 때 집중학습이 아니었으면 메주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희영 담당의 세뇌 이후에 장을 담그며 실수를 하지 않고 늘 긴장감을 유지한다. 당시 새내기였던 김희영 담당은 지금은 40대 중반으로 과장의 위치에 올랐다. 임재숙 대표는 김희영 과장을 ‘담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세월만큼 장맛이 깊어지듯, 시골 아낙네들과 김희영 과장의 관계도 그렇게 깊어진 것이다.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장인들
‘의당전통손메주’는 장맛이 가장 좋다는 정월 말일에 장을 담근다. 인근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순수 100% 우리콩과 태양초, 천일염을 사용한다. 시골 아낙네의 손맛과 정성으로 맛을 낸다. 특히 방부제와 색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매년 1급수 판정을 받은 깨끗한 물을 이용하여 장맛이 깊고 좋다. 매일매일 장의 상태를 점검하여 햇볕을 쬐게 한다. 또한 이곳의 경쟁력은 옛것에 대한 고집인지도 모른다. 시골 아낙네들은 온라인에 취약하다. 그래서 맛과 진실로 평가받겠다는 정공법을 택했다. 장 만들기도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승부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서 사업하면 유혹에 빠지기 쉬운 반면, 여럿이 하면 속이기 어려운 법이다. 이것이 시골 아낙네들을 지탱한 버팀목이었고 원동력이었다.

‘무궁화 곰팡이’
‘곰팡이 큐레이터’로 불리는 홍승범 박사가 있다. 홍 박사는 50~60년 후에 곰팡이를 배양하여 쓸 수 있는 캡슐을 냉동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곰팡이를 잘 보존하면 후세들이 맛을 재현할 수 있고, 대량생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에 홍 박사가 이곳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방문했다. 이곳의 곰팡이가 특별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박사가 곰팡이 작명을 임재숙 대표에게 요청했다. 임 대표는 ‘무궁화 곰팡이’로 명명했다. ‘곰팡이가 무궁화 꽃처럼 피어나라’는 의미로 작명한 것이다. 또한 얼마전에는 농촌진흥청 안내로 일본의 대학교수가 견학을 왔다. 우리나라의 생명산업과 로컬푸드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장 담그기에 대해 연구하고 돌아갔다. 시골 아낙네들이 한류열풍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방송출연 단골손님
‘의당전통손메주’는 KBS 전원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 시즌1’에 기술지원 및 소품제공을 했다. 드라마의 공간적 배경이 종가집으로 장을 담그는 곳으로 나왔다. 촬영이 있기 전날이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소품을 만들었다. 메주 만들기, 곶감 만들기, 새끼 꼬기 등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장을 담그는 시연까지도 했다. 보조 출연자로 출연하는 재미도 맛봤다. 드라마가 2007년부터 시작하여 4년 남짓 방영되었으니 4년 이상을 줄곧 그렇게 한 것이다. 드라마 주인공이었던 반효정 씨와 양금석 씨는 이곳의 단골이 됐다. 드라마까지 진출했으니 방송 출연은 부지기수였다. ‘SBS 모닝와이드’ ‘KBS 고향이 보인다’ ‘KBS 6시 내고향’ ‘KBS 대전 아침마당’ 등 방송 출연 횟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전국에 알려지는 것도 중요했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즐거웠다.

장 담그기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임재숙 대표는 ‘입’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좋아하는 것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이 좋아하는 것을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몸이 좋아하는 것은 자연을 배경으로 장독대에서 숙성된 된장과 고추장, 청국장과 간장같은 발효식품이라고 했다.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건강 식탁’과 ‘시골 밥상’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장 담그는 일에는 정년퇴임이 없다고 했다. 산촌에 살아도 일을 통해 대도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이제는 장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우리의 전통장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고 했다. ‘의당전통손메주’는 2011년 충남교육청으로부터 농촌체험학습장으로 지정됐다. 학생들이 농촌의 문화와 생태적 가치를 교육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12월 메주 만들기, 2월 장 담그기, 3,4월 장 만들기 순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