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우선인 도시 세종' 불편에도 지켜야할 교통 지향점은

[김갑년의 세상읽기] '특별한 계획도시 세종' 미래 교통과 주거문화를 제시하는 세종시 기조 지켜야

2021-08-09     김갑년
밀마루

세종시는 특별한 계획도시다. 나는 세종시 도로 및 교통정책을 지지한다.

이런 저런 일로 세종시 동지역 주민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세종시 도로 및 교통정책에 불만을 토로한다. “도로가 넓지 않고, 제한속도가 너무 낮으며, 신호등이 너무 많고, 보행자 건널목도 많으며, 주차장도 부족하다” 같은 불만들이다. 그래서 “살기가 불편하고 이런 교통환경으로 인해 대기업 본사나 기업들이 세종시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럴까? 도시는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 세종시 주민은 아니지만 세종시 동지역을 잘 아는 필자는 이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세종시는 특별한 계획도시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도시이며, 미래의 우리 주거문화를 변화시켜야 하는 생태도시여야 한다.

세종시 같은 도시에 살면서 불만인 사람들은 분당이나 일산, 아니면 서울 같은 곳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이 도시들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필자가 언급할 필요가 없는, 밝혀진 사실이다. 자동차로 뒤덮인 넓은 도로, 사람이 걷기엔 적합하지 않은 보행로 구조, 목숨을 내놓고 이용해야만 하는 자전거 도로 등 이 도시들은 분명 자동차가 우선인 도시이지 인간 친화적 삶의 공간이 아니다.

이동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필요한 기반 시설 및 도시 공간의 설계, 주거 구조의 계획은 도시 계획의 임무이다. 도시 계획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교통수단, 이동 가능한 거리, 그와 관련된 환경 및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종시 건설계획의 원칙은 인간 친화적 삶의 공간 실현이다. 세종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도로 및 교통정책 관련 분명한 철학이 필요하고, 그 철학은 있다. 새로운 이동성이다. 세종시는 도시 구조가 넓고 밀도는 낮게, 보행자와 자전거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계획된 도시이다. 애초에 자동차에 적합한 도시구조가 아니다. 보행자 및 자전거 교통을 촉진하고 일상생활에서 자동차의 사용은 자제해야 하는 도시이다.

필자도 인정한다. 도시 삶의 이동성은 우리의 필수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직장, 교육, 사회 활동 등 많은 활동이 이동성과 관련이 있다. 그렇기에 도시의 이동성은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도시의 이동성은 자동차에 의존하며, 그 영향은 부정적인 것도 있고 긍정적인 것도 있다.

부정적 영향은 자동차 중심의 이동성은 교통 체증, 사고, 대기 오염, 소음 및 그로 인한 건강 영향과 같은 부작용이다. 우리의 삶의 질을 낮추는 요인이다.

긍정적 영향은 사회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걷는 것 보다, 자전거보다 빠르고 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종시에는 자동차 기반 이동성에 여러 제약이 있고, 그래서 불만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세종시 동지역은 개별 자동차가 아닌 다른 이동 수단으로도 필요한 사회활동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구조이다. 넓고 편안한 보행로, 잘 설계된 자전거길, 나름 잘 갖춰진 대중교통, 앞으로 확산될 자율주행 대중교통 등 개인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는 도시다.

김갑년

거기에 세종시에는 개울과 주변을 따라 자리 잡은 휴식 공간 등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이 많이 있다. 걷기 좋은 도시이다. 자전거로 어디든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도시 여러 곳에 도심 역할을 하는 중심가가 행정기관 및 상업시설과 함께 잘 분포돼 있다.

세종시 도시 계획은 앞으로도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개인 승용차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살기 좋은 비전으로 친환경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저소음, 친환경, 소형 및 혼합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 ‘행복도시’는 공간 계획 및 기반 시설 구축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 도시의 모빌리티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속 가능한 이동성 전환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동성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근본적인 의식의 전환이 정말 필요하다.

전환연구자 한윤정은 2020년 12월 12일 그의 글 ‘세 개의 의자, 세 개의 원탁’에서 우리는 기술·경제 변화와 환경재난으로 시대의 사명과 성공의 가치가 달라진 지금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 분명히 해야 하며, 새로운 행복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고 하였다.

행복도시 세종이 왜 행복도시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삶의 공간으로서 실패한 도시를 따라가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이를 시민들이 먼저 자각해야 한다. 세종시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살고 싶은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