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들인 '젊은 세종 충녕' 캐릭터, 엇갈린 평가와 시선

세종시, 15일 기존 '새빛이, 새날이'에서 '젊은세종 충녕'으로 조례 변경 고시 올드한 디자인, 성평등 의미 퇴색, 공모전 부재 및 다양성 미비 등 지적 의견 쏟아져 시 교육청 캐릭터 '세종이'와도 유사... 시,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거쳐 마무리" 반박

2021-04-16     정은진 기자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세종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캐릭터로 청년 세종대왕, '충녕'이 선포됐으나 디자인은 더 올드해진 양상이다.

시는 친근하고 직관적인 상징물 제정을 통해 세종시 가치를 제고하고자 '젊은세종 충녕'을 개발하고, '세종특별자치시 상징물 제정 및 관리 조례' 일부 개정 조례를 고시·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시는 1년 5개월간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 '젊은 세종 충녕'을 선보였으나, 캐릭터의 흉배 쪽 'ㅅ' 'ㅈ' 초성 표기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러한 문제로 시의회 조례안 심사에서 제동이 걸려 캐릭터 통과가 좌절되는 듯 했으나, 문제가 된 초성 부분만 없애고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공표됐다. 

새로 공표된 캐릭터는 '젊은 세종'이란 뜻을 표방하나 캐릭터 자체는 더 올드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세종시교육청 캐릭터와 차별화된 요소가 안보이고, 현 시대가 추구하는 젠더의식과, 재미, 새로움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 새로운 캐릭터 '충녕', 전문가에게 물어본 문제점은


디자인의 경우,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이름과 성격이 잘 반영되면서도 다른 캐릭터와 차별화된 독특함이 드러나야 한다. 

고양시의 경우, 시의 이름을 담은 캐릭터인 '고양고양이'를 통해 현대적 디자인과 해석을 담고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타 지자체 시민 및 SNS 상에도 굉장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15일 공표된 세종시 캐릭터 '충녕'은 새로움 없이 평이한 캐릭터에 그쳤다는 평가다. 

시민 여론을 반영해 논란이 된 초성은 없앴으나 기존 세종대왕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은 밋밋한 느낌을 자아내며, 세종시교육청 캐릭터인 '세종이'와 이미지가 겹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여성친화도시 2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세종시의 캐릭터가 남성에 기울어 있는 문제, 캐릭터 제작 방식이 공모전으로 진행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세종시의 한 디자인 회사 대표인 A씨는 "시의 새로운 캐릭터인 '충녕'은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이름과 성격이 함께 반영된 점이 장점같다. 다만 캐릭터의 개성적인 부분이 현저히 떨어지고 시민들에게 '시 캐릭터'로서 인식이 쉽게 되지 않을 것 같아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캐릭터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어필하고 인식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만든다. 그러나 새로운 캐릭터는 개성이 없는 그저 잘 만들어진 세종대왕 일러스트 같다"며 "새로운 캐릭터를 제작하는데 1억원이 들었다는 것이 놀랍다"고 설명했다. 

세종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B 씨는 "새 캐릭터 충녕의 좋은 점은 색배열과 캐릭터 의상(용포)의 무늬가 한글로 구성된 점이다"면서 "그러나 여성친화도시 2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세종시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에 일관되어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캐릭터가 너무 '세종대왕'으로 드러나 '세종시'의 특징은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시를 대표하는 캐릭터' 공모를 통한 공정성, 젠더평등 담아냈어야


그러면서 이들은 앞으로의 대안도 제시했다.

A 씨는 "앞으로 공모전은 말 그대로 공모를 통해 진행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용역비를 훨씬 더 절약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캐릭터가 제시될 것"이라며 "세종시는 '시민참여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무언가를 만들 때는 시민참여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B 씨의 경우, 남성과 여성성이 함께 공유된 다각화된 캐릭터를 제안했다. 세종시의 기존 캐릭터였던 '새빛이 새날이'도 양성이 함께 반영된 캐릭터이나 이번 캐릭터는 세종대왕이라는 '남성'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

세종시를 대표하는 동물이나 가상의 동물 등 앞으로 캐릭터는 일관된 성에 치우치지 않은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충녕'이란 새로운 캐릭터는 세종시를 직관적으로 상징하면서도 캐릭터로서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용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청 캐릭터 '세종이'와 캐릭터가 겹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교육청 캐릭터와는 형태적으로 유사하지 않다. 저작권이라던가 문제는 없다는 변리사 검토 자문도 얻었다. 응용 캐릭터 예시를 보면 더 재미있고 새로우니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확정된 캐릭터는 시민 의견과 자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조례에 포함돼 시행·공포 됐기에 바꿀 수 없다. 앞으로 이모티콘이나 SNS에도 응용할 예정이며 탈인형을 이용해 온·오프라인 홍보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새 캐릭터 '충녕' 탄생과 함께 2012년 세종시 출범 당시 제정된 '새빛이 새날이'는 디자인 완성도와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시민 지적을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시는 향후 세종시 곳곳에 붙어있는 기존 캐릭터를 제거하고 새 캐릭터 '충녕'으로 대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