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우리 집의 적 '결로와 곰팡이' 어떡하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황성민 박사의 보다 가까운 과학 칼럼 (1)] 결로의 원인과 해결책

2021-02-28     황성민 박사

들뜬 마음으로 새 집에 이사와 예쁘게 꾸며놓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다 첫 겨울을 나면서 집안 여기저기 생기는 결로와 곰팡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결로 발생의 원인과 해결책, 또 그 책임소재에 대해 여러 의견과 주장이 난립하고 있어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 결로, 수증기, 습도, 그리고 물... 상관관계는


결로(結露, 이슬맺힘)는 공기 중 수증기가 차가운 표면에 응결되어 맺히는 것으로, 더운 여름 시원한 음료를 담은 컵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이 결로 현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습도 몇%'는 상대습도 개념으로,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에 비해 공기가 실제로 머금고 있는 수증기를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상대습도와 달리, 절대습도는 공기가 머금고 있는 '수증기의 양' 자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일정한 부피(1㎥ = 1m × 1m × 1m)의 공기가 머금은 수증기의 양(g)을 g/㎥ 단위로 표기한다.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 즉 상대습도 100%의 절대습도를 포화습도라고 하며, 이 포화습도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상대습도 역시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섭씨 25도(25℃)에서 상대습도 50%일 때, 공기 중 수증기 양인 절대습도는 포화습도 23.0g/㎥의 절반인 11.5g/㎥이다.

여기에서 수증기의 양은 그대로 둔 채 온도를 20℃로 내리면, 상대습도는 20℃, 포화습도 17.3g/㎥ 기준 67%가 된다.

온도를 계속 내려서 포화습도 11.5g/㎥인 13.2℃가 되면 상대습도 100%가 된다.

이 온도를 이슬점이라고 하며, 온도가 더 내려가면 절대습도가 포화습도를 넘어서는 과포화 상태가 되어 공기가 더 이상 머금을 수 없는 수증기는 이슬이 맺히는, 결로 형태로 물이 된다.

전용면적 84㎡ 확장형 아파트의 내부 공간은 그 부피가 280㎥ 정도이며, 25℃에서 상대습도 50%인 절대습도 11.5g/㎥ 기준으로 3200g, 즉 물 3200㎖에 해당하는 수증기를 머금고 있다.

여름철 제습기를 가동해봤다면 나오는 물의 양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제습기를 틀어 25℃에서 50%였던 상대습도를 40%로 줄였다면 공기 중에서 물 640㎖를 빼낸 셈이다.


◎ 우리 집 결로, 왜 발생할까


차가운 컵에 물방울이 맺히듯, 집에서도 실내온도와 온도차가 습도에 따라 10~15℃ 이상인 곳에 결로가 생길 수 있다.

아파트는 단열재를 외벽 내부에 붙이는 내단열 구조이며, 외벽을 이루는 콘크리트의 열전도율은 단열재의 수십 배 수준이라 그 온도는 외기 온도와 거의 같다.

이 때문에 아파트를 제대로 설계하고 시공했다면, 겨울철 집에서 차가운 곳은 창문과 외기에 접한 벽 정도로 특히 모서리와 코너 부분이 가장 차가울 것이다.

벽이나 창호 표면 온도가 이슬점(실내온도 25℃, 상대습도 50%인 경우 13.2℃) 이하로 내려가면 결로가 발생할 수 있다. 표면 온도가 이슬점 보다 훨씬 낮다면, 여름철 차가운 컵 표면에 물이 줄줄 흐르듯 심각한 결로가 발생하게 된다.

창문에 발생하는 결로는 쉽게 닦아낼 수 있지만, 벽에 발생하는 결로는 닦아내지 못하고 말리는 방법 밖에 없다.

일단 발생한 결로를 말리려면 건조한 공기를 공급해줘야 하는데, 겨울철 집에서 건조한 공기를 공급해줄 방법은 지속적인 환기 밖에 없고, 대개 따뜻하고 건조한 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마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20년 이상 오래전에 지은 아파트는 최근 10년 이내에 지은 아파트에 비해 결로현상이 오히려 덜 하다. 오래된 아파트는 밀폐성능이 좋지 않아 창문과 문을 모두 닫아놓아도 외부 공기가 쉽게 새어 들어와 자연스럽게 환기 되고 집안이 금방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 결로로 인한 곰팡이, 왜?


결로는 차가운 곳에 발생하지만, 곰팡이는 따뜻하고 축축한 곳에 발생한다. 곰팡이는 20℃와 30℃ 사이, 상대습도 80% 이상의 환경에서 쉽게 발생한다.

결로가 생길 때는 온도가 낮아서 바로 곰팡이가 발생하지 않지만, 축축한 환경을 유지한 채로 온도가 20℃ 이상으로 올라가면 곰팡이가 피게 된다. 그래서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방지하려면,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축축한 곳을 건조하게 만들거나, 애초에 결로 발생을 막아야 한다.


◎ 곰팡이 방지하기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로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이다.

먼저 집의 구조와 외기에 노출된 벽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외기에 노출된 벽 가까이 가구를 배치하거나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쳐 놓으면, 그곳에서 차가워진 공기가 집안 공기와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아도 낮게 형성될 벽 표면의 온도를 더욱 낮춰서 결로 발생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이미 발생한 결로가 겨울이 지나 외기온도가 상승할 때 건조되는 것을 방해해 곰팡이가 창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게 된다.

특히 붙박이장을 외기에 노출된 벽면에 배치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부득이 설치한 경우는 붙박이장과 벽 사이 환기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실내온도와 습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온도가 낮을수록, 상대습도가 낮을수록 이슬점이 내려가기 때문에, 결로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더 낮아진다. 육아나 노약자 봉양 때문에 이것이 불가능 하다면, 외기에 접해있는 드레스룸 등 결로에 취약한 곳에 제습기를 가동해 그곳만 집중적으로 습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다용도실과 비확장 발코니에 단열시공이 되어있지 않은 아파트 역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단열시공을 하지 않은 비단열 외벽의 온도는 외기와 큰 차이 없는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창문을 꽁꽁 닫아 놓으면 실내 습기에 의한 결로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주 환기를 하거나 계속 창문을 열어둬야 하지만, 활짝 열어둔다면 수도 동파와 오수관 동결이라는 더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문을 1~3 mm 정도로 아주 조금만 열어두어 습기는 빠져나가되 온도는 실내와 외기의 중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 참고하면 좋은 영상

-한국패시브건축협회 PHIKO.NET[건축의  ep. 16-1~4] 결로와 곰팡이 => https://youtu.be/twDbh8fbVeI

 

 

필자 소개

황성민

어릴 때부터 넘치는 호기심으로 일찍이 과학의 길로 발을 내딛은 황성민 박사.

그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후 2005년 동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미국 University of Pittsburgh School of Medicine에서 P-A(Postdoctoral Associate) 과정을 거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 근무 후 현재 동 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