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층간소음 참극’,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 없다(上)

[층간소음 문제 시리즈 上] 2019년 사회 문제화된 '층간소음' 이슈, 2021년 현재는 관계 기관 제도 개선했다고는 하나 많은 시민들 체감지수는 낮아

2021-02-03     이희택·김민주 기자
아파트

[세종포스트 이희택·김민주 기자] 세종시 신도심 아파트는 전국 최고 수준의 ‘층간소음 안전지대’일까. 아니면 특화설계와 새 아파트란 외형만 그럴듯한 ‘외화내빈’에 머물고 있을까. 

분명한 건 층간소음 실체에 아파트 가치 하락이란 딜레마 요소가 따라 붙으면서, 정확한 실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다른 동네에서난 있을 법한 ‘층간소음 참극’이 신도시에서 처음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층간소음에 더한 ‘층견(반려동물) 소음’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이웃간 갈등은 물밑에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 시간 증가도 이 같은 사회적 문제 확산에 한 몫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왜 많은 이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일각에선 ‘주거 가치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이 층간소음 실태를 외부에 알리기 꺼려하고 있고, 건설사들은 이 같은 심리를 악용하고 있는데서 하나의 원인을 찾고 있다. 

아파트를 짓고 수익만 챙겨가기 급급한 현실이 반복되는 등 악순환의 연속이란 뜻이다. 

2021년 시민들의 체감지수와 정부 정책간 괴리감을 줄일 수 있길 기대하면서, 세종시 층간소음 실태와 현주소를 다시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上). ‘층간소음 참극’,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 없다 
중(中). 실태조차 불명확한 ‘층간소음’, 확 달라질 수 없나
하(下). ‘층간소음’,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2019년 세종시 신도시 한 아파트에서 빚어진 ‘층간소음 참극’. 이웃간 층간소음이 발단이 돼 흉기 난동 사건으로 이어진 바 있다. 

극단적 사례이나 이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실제 매일 층간소음을 겪는 이들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당장 수치상으로 보면, 지난해 세종시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로 접수된 건만 215건에 달한다. 이중 87건은 방문 상담과 소음 측정까지 이뤄졌다. 2019년엔 272건 접수에 73건의 현장 진단이 진행됐다. 

인구수 대비 민원 발생률을 뜻하는 민원지수는 7.99로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13.39)과 경기(11.95), 서울(11.52), 대전(10.82), 부산(9.21), 광주(8.79), 대구(8.11)에 이어 8위를 기록했다. 

층간소음 유형은 아이들 뛰는 소리 또는 발걸음 소리가 대부분이고, 망치질과 가구 움직임, 가전제품 소음, 기계 진동, 문 개폐, 악기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중도 10% 이상을 점유했다. 

1~2생활권에서 거주하다 금강 이남 생활권에 이사온 시민 박모(40) 씨. 

그는 “화장실에서 새어 나오는 생활 소음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 자주 쓰지 않는 공용 공간의 층간소음 기준이 낮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수면을 동반하는 거실이나 안방에서 이웃의 뛰는 소리를 넘어 ‘코골이’와 ‘스마트폰 벨소리’, ‘사생활적 요소’까지 들리면, 정말 심각한 것 아닌가. 최근엔 반려견을 새로 들였는지 짖는 소리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공교롭게도 박 씨가 거쳐간 거주지들은 모두 행복도시건설청의 특화 설계가 적용된 아파트들이다. 

1생활권에서 한 차례 이사를 한 정모(38) 씨도 2곳 모두에서 한결같은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정 씨는 "처음 이사올 당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분쟁을 직접 겪었다. 음식도 나눠먹고 좋은 사이였는데, 밤낮없이 뛰는 아이들 발뒷꿈치 소음과 대화, 코고는 소리까지 다 들리기 시작했다“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들었다. 결국 인사도 안하는 사이로 틀어졌다“고 호소했다. 

최근 세 번째 이사간 집의 층간소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발망치와 뛰는 소리가 여전하나 그나마 밤 9시 이후로는 소음이 잦아들어 참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웃간 갈등이 발생하거나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이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 

정 씨는 “층간소음으로 아파트 관리소에 전화하면, 다른 일도 많은 경비원 분들이 전화를 받아 중재해 주셨다. (해당 가구에)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하면 불법 소지가 있다고 들어서다”며 “한두번이면 괜찮은데 매일 일어나니 매일 전화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종시 민원센터에 전화해도 층간소음 중재센터만 알려줄 뿐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중재센터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와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을 뜻하는데, 이마저도 전국적 민원이 쏟아지다 보니 한계가 분명했다. 사실상 기댈 곳은 없었다. 

이처럼 많은 세종시민들은 하루하루 층간소음을 쉬쉬하고 견디며 살고 있다. 

직접 체험한 이들은 이제라도 근본 원인을 찾아 맞춤형 처방전을 내놔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행복도시는 신도시인데다 건설 과정에 놓여 있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실거주자의 삶의 질보다 건설업계의 시공 편의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건축 인허가 승인’ 절차부터 ‘공사 관리‧감독’까지 전반의 과정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층간소음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선 엉뚱한 ‘민민 갈등’과 ‘사회적 비용 발생’이란 악순환만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또 다른 시민 C 씨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는 저 역시 양육하는 입장에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며 “하지만 상식적으로 들리지 않아야할 소리마저 들리는 건 부실 공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층간소음 피해를 직접 겪는 이들은 ▲층간소음 기준 강화 ▲건설 자재 강화를 위한 법제화 ▲세종시와 행복도시건설청 속수무책,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로 전가 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