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아파트 통행’ 갈등, 관리비 부과 카드 등장

아름동 A아파트 단지, ‘B아파트 주민 통행’ 피해 호소 울타리 설치 및 B 아파트 측에 관리비 부과 검토... 실현 가능성 물음표 행복도시 ‘담장‧울타리 없는 설계’ 콘셉트, 어두운 이면... 해법 없나

2020-12-03     이주은 기자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아파트 단지 사이에 울타리와 담장 없는 도시를 지향해온 ‘세종시’. 

실제 1생활권 고운동부터 도담동, 2생활권 새롬동부터 다정동, 3~4생활권 아파트 단지들을 가보면, 이 같은 경계를 허물어 어울림 공동체를 지향하는 콘셉트가 곳곳에 녹아 있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놀이터를 이용하기도 하고, 주민들도 경계 지점 보도를 따라 자유로운 왕래를 하고 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상호 통행과 시설물 이용에 있어 에티켓 문제가 발생하면서, 단지 주민들간 갈등이 빚어지는 일들도 나타나고 있다.

단지간 브랜드 네임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계를 분명히 하자는 의견들도 일부 단지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 와중에 아름동(1-2생활권) 범지기마을 일부 단지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다. 

갈등은 2~3년 전부터 내재된 상황. A단지와 B단지는 인근 상가로 향하는 길목의 통행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상가와 인접한 600여 세대 A 아파트 단지는 2000여 세대의 B 아파트 주민들이 수시로 왕래하면서, 쓰레기장 무단 사용 및 도로 손상, 야간 소음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에 두 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해부터 공문 등을 통해 상호 조율 노력을 전개하고 있으나 아직 대안은 찾지 못한 상태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인 A 아파트 측은 B 아파트 측에 1세대당 관리비 500원 부과를 제안하고 있다. 행복도시를 떠나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현상이다 보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양측간 의견도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B 아파트 입주민은 “서로 오가는 길 때문에 관리비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다”며 “서로 각을 세우기보다 원만하게 잘 합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타 단지에 관리비 납부 요구는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2000세대에 기준 500원씩 납부하면 한달에 100만 원, 연간 1200만 원이 부과된다. 구상권 청구사항도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A단지 아파트 관리사무소 생각은 다르다. 

이 관계자는 “B아파트 대단지 주민들이 우리 단지 쓰레기장을 사용하고 도로를 훼손하는가 하면, 저녁에는 고성방가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언급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의 간담회를 통해 공론화도 했지만, 아직 결정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결국 A 아파트 측은 단지간 사잇길에 통행 금지 입간판 2개를 설치했다. 반면 B 아파트 입주민 입장에선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닐뿐더러 지름길을 앞에 두고 빙 둘러 돌아가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 

시청이나 아름동 주민센터, 행복도시건설청도 단지간 갈등에 개입하는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아름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단지 내 이견조율은 개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동주택 내 증설되는 대문이나 담장, 울타리 등이 새로 생길 때 필요한 행위허가만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도시개발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을 총괄해온 행복도시건설청은 지향해온 도시 콘셉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원래 '울타리 없는 도시'로 계획됐다는 설명. 

행복청 도시정책과 담당자는 “행복도시는 계획 당시부터 울타리 없는 도시로 설계됐다. 현재 시점에 울타리 설치는 위법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파트 보행 문제로 몇 년 전 종촌동 가재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며 “결국 인접 단지간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원만하게 해결점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관계 기관 설명을 종합해보면, 결국 해법은 A 아파트와 B 아파트 단지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개인 주택이나 사유지 외에는 담장 또는 울타리 설치 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는 양 단지간 원만한 타협점과 해결책이 도출되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 같은 갈등이 종촌동에서 아름동에서 불거졌으나, 향후 3~6생활권 등 다른 곳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관계 기관 역시 제도 보완 숙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