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떠나는 '민들레', 봄을 기다리며

['장석춘의 詩골마실' 17편] 하얀 민들레의 질긴 생명력

2020-12-01     장석춘

-하얀 민들레-

 

늦가을 바람이 낙엽 물고 와 떠나자고 한다

 

솜털 모자로 무장한 하얀 민들레는 여행길에 들떠 있다

 

봄 햇볕 좋을 때 네가 보았던 세상 이야기를 들려줘 

 

나는 달콤한 꿀물이라도 한 대접 준비할 게  

장석춘

[작품 노트]

 

자유분방한 민들레는 어디든 가서 꽃을 피운다. 봄에 주로 피지만 여름에도, 가을에도 선명하고 환한 얼굴을 내민다.

 

꽃이 지고 나면 씨방의 모습에서 더욱 광채가 난다. 설레는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여행길에서 낙엽은 동무가 되고, 바람은 안내를 해준다. 솜털 모자를 썼으니 시베리아 한지를 가더라도 견딜 수 있겠지.

 

봄이 오면 나는 네가 깔아 놓은 하얀 융단 위에서 세상 이야기를 들을 거야. 앉은뱅이 맑은 눈으로 뭐든 보았으니 기대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