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뒤바꾼 ‘경조사 문화’ 신풍속도

세종시민들도 공통된 경험... 결혼식 2차례 연기 장례식장 찾기도 부담스런 시대... 폐업의 기로에 선 관련 업계

2020-08-27     이주은 기자
합동결혼식에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코로나19가 인생사의 통과의례인 '결혼식'과 '장례식'마저 슬픈 현실로 만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언택트(untact) 시대.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할 지조차 혼란스런 2020년 8월을 보내고 있다. 평생 함께해온 가족들과 친분을 쌓아온 지인들간 '경조사'조차 직접 챙길 수 없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연기는 필수, 달라진 결혼식 풍경

지난 5월 결혼식이 예정돼있었던 시민 A 씨. 신혼의 단꿈에 젖어 웨딩사진을 찍고, 신혼집을 구하는 등 결혼할 날만 손꼽아왔다.

코로나19의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9월로 결혼식을 연기하고 청첩장을 다시 찍었다.

그러다 다시 재확산된 코로나19.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돼 실내 50인 이상이 모이는 것이 사실상 금지됐고, 현재는 실내·외 10인 이상 모일 수 없는 3단계도 임박한 상태다.  

A 씨는 결국 결혼식을 2주 앞두고 또 다시 12월로 연기했다. 결혼식 준비에만 1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연되는 형국이다.

예비 신혼부부는 “코로나19가 우리의 결혼식을 막네요”라며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너무나 속상하다”는 속내를 비쳤다.

최근 결혼식을 다녀온 B 씨는 달라진 결혼식 풍경에 적잖이 놀랐다. 결혼식 당사자들이 마스크를 끼는 것은 예사, 식을 마치고 삼삼오오 진행하는 식사 방식의 변화에 두번 놀랐다. 

예식을 마치고 식사를 택할 것인지, 식사에 상응하는 답례품을 가져갈 것인지 선택하는 옵션이 생겼다.

코로나 이전에는 식사와 함께 별도 답례품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제는 식사보다는 테이크아웃 답례품을 상호 간에 더 추천하는 분위기란 전언이다.

와인과 천일염, 티 세트, 다기 등 5~6가지 테이크아웃 답례품으로 결혼식 식사가 갈음되고 있다. 

B 씨는 “축하의 의미로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사람이 많아 마음에 걸렸는데 답례품을 받고 오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슬퍼도 슬플 수 없는 '장례식'

결혼식도 코로나 전과 확연히 달라졌지만, 장례식은 더 판이하게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단 사람들이 병원 내 2차 감염을 조심스러워하면서, 슬픔을 함께 나눠 반으로 줄여야할 장례식은 더욱 기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근 장례식에 다녀온 시민 C 씨는 “기쁜 날보다 슬플 때 더 함께해야 하는 데, 함께 슬퍼할 수 없는 시국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며 “나 또한 조심스레 간 장례식이었지만, 나 말고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시국이 시국인지라 상주 가족들이 이해하고 공감한다지만, 막상 휑한 장례식을 보니 마음이 더 아팠다”고 전했다.

결국 언택트 결혼식과 장례식 상황에서 '축의금'과 '부조금' 계좌 정보 공유도 이제는 자연스런 흐름이 되고 있다. 

타격 큰 웨딩홀 상권, 변화의 기로 

부용가교

요즘 줄줄이 결혼식 연기가 이어진다는 세종시 C 웨딩홀. 거리두기 2단계가 격상되자 바로 셔터를 내렸다.

웨딩홀 대표는 “올해 2월부터 계속 연기나 취소가 이어지고 있어 타격이 너무나 크다”며 “식당에서 음식을 팔지 말라고 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덩치 큰 건물을 어쩔 수 없어 그냥 운영한다는 웨딩홀 대표는 최근 직원들 월급도 밀려있다고 한다. 돌잔치는 아이들이 어리니까 취소되고, 어른들 칠순·팔순 잔치도 연세 걱정에 코로나19가 심해지면 바로 줄취소로 이어진다는 요즘 분위기.

“오늘도 다음 주 예식이 미뤄졌습니다”고 힘없이 말하는 모습에 무력함마저 느껴진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이런 말이 나온다. '페스트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랑의 능력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도 빼앗아 가 버리고 말았다.'

“이제 정말 BC(Before Corona)로 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AC(After Corona)의 시대를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는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 되고 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너무나도 소중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날을 다시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