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화재 사랑 1호’, 인앤인연구소 윤선희 소장

지난 7월 문화재청 주관, 첫 선정 영예... 윤 소장과 현장 인터뷰 6~8월 세종청소년문화유산학교 진행, 시너지 효과 기대 세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역사수업 시작...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메이킹’으로 역사·문화적으로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 세종시, 많이 전하고 싶어

2020-08-03     이주은 기자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김종서 장군의 묘에는 다리 한쪽만 모셔져 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난 2일 일요일 아침 열린 ‘세종청소년 문화유산학교’. 추적추적 비 오는 주말, 그것도 김종서 장군 묘 앞에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니 참석한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어려운 역사가 아닌, 마치 할머니가 무릎에 앉혀놓고 들려주시는 듯한 역사 수업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신나는 재미. 그것이 문화유산학교 수업의 묘미이자 힘이다.

“어머, 정말요? 어느 쪽 다리인가요?”
“그럼 몸은 어디에 있나요?”

문장만 놓고 보면 섬뜩함(?)이 느껴질 법한 질문들이 거침없이 오갔고, 여기서 만난 김종서 장군의 묘는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을 선사할까?

'스토리텔링'으로 가깝게 전해지는 '문화 프로그램' 매력

언젠가 역사에 조예가 깊은 분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역사’를 재밌게 배우려면 어떡해야 하냐"고. 답은 "직접 그곳에 가서 배우는 것"이었다.

문화유산학교에 직접 와보니 그 말이 꼭 들어맞는 말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역시 진짜 공부는 텍스트 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상상해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날 행사에선 조선 시대 정종의 10번째 아들인 덕천군 사우에 가서 직접 제복도 입어보고, 전주 이씨 종갓집에서 청국장을 만드는 체험도 이어졌다.

“청국장은 콩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바뀌면서 나는 냄새입니다. 몸에 좋은 균이 많으니 어린이 여러분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그저 냄새가 나는 음식으로만 여겨졌던 ‘청국장’을 종갓집 며느리께서 직접 설명해주시니, 아이들은 “네”하는 대답과 함께 절구에서 발효된 콩을 찧으면서도 애정이 넘친다.

이어진 점심시간에는 직접 만든 청국장으로 만든 점심을 선보였다. 자연스럽게 청국장을 떠먹는 아이들. ‘몸에 좋다, 먹어라’가 아닌 이야기로 전해주니 마음으로 느끼고 삶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것이 생생한 교육의 힘이리라.

세종을 사랑하는 10년차 세종시민, 윤선희 소장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핵심에는 ‘인앤인연구소’ 윤선희 소장이 있다.

세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종시의 문화재를 면밀히 살폈고, 그 안에서 재미있는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아이들에게 전하며 ‘신나는 문화교육’을 위해 무던히 애써왔다.

3년 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문화재청에서 선정한 ‘세종시 1호 문화재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세종시와 언론에서는 ‘세종시 1호 선정기업’이라고 꼽았지만, 정작 윤선희 소장은 “하던 거 잘하라고 뽑아줬나 봐요”라고 소감을 전한다.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들, 예산이 없어 충분히 하지 못했던 일을 "이제 맘껏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윤선희 소장.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윤 소장은 “세종시는 역사와 문화적으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도시다.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도시의 콘텐츠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인앤인연구소는 의미는 ‘사람과 사람’이라는 뜻이다. ‘모든 게 사람’이라는 뜻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휴머니즘이 가득한 네이밍이다.

윤 소장은 남편을 따라 지난 2011년 7월 세종시에 왔다. 세종시가 2012년 7월 1일에 승격됐으니, 당시는 첫마을만 덩그러니 있고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가기도 힘든 도시였다. 하지만 살아보니 역사·문화적으로 콘텐츠가 많은 도시임을 깨닫고 공부를 하면서 애정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세종시 1호 문화재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소외계층 문화향유 프로그램 주력

인앤인연구소의 문화향유 프로그램은 소외계층과 문화취약계층,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문화재청에서도 이 부분을 높이 평가, 지난 7월 2일 문화재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세종시에서는 처음으로 선정됐다.

이번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으로 기업 홍보, 컨설팅, 협력사업 개발, 행정지원 등 조직원 역량 강화 및 기업의 중장기적인 육성 등 문화재청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이번 기회로 외부에서는 기대 어린 평가가 많아 어깨가 무겁다는 윤 소장은 “3년 됐어도 크게 실적과 업적이 없었는데 선정돼 감사하다”며 “성격상 행사 하나를 해도 재무제표를 확실하게 해놓는 편인데, 그 부분의 노력을 높이 샀나 보다”고 말하고 있다.

세종시를 사랑하는 마음, 문화재를 아끼고 전하고 싶은 꿈 그리고 주어진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능력 모두다 100점 만점에 100점. 하지만, 직접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니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표정’이다.

고리타분한 역사 수업이 아닌, 재밌고 신나고 새로운 ‘앎의 기쁨’. 그것이 삶으로 이어져 청국장으로 연결되고, 세종시의 많은 스토리로 이어진다는 것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인앤인연구소’가 전해주는 ‘스토리메이킹’의 저력이다.

윤 소장은 무엇보다 수업 후 아이들이 전해주는 편지와 감사의 인사만으로 보람이 크다고 전한다. 특히 소외계층 아이들과 수업을 마치고 나면 더욱 뭉클한 보람과 행복, 감동이 두루두루 느껴져 다음 프로그램을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된다고 전한다.

2일에 있었던 행사 전날에도 밤을 꼴딱 새웠다. 밤새 온 비로 행사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고, 새벽부터 미리 동선 체크를 하느라 토끼 눈이 됐다.

이제야 알겠다. 종일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어쩜 그리 아이들과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지...
그것은 문화재를 사랑하는 토대 위에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 그 위에 어우러지는 윤선희 소장의 배려가 이뤄낸 하나의 하모니인 것을 말이다.

“2학기 프로그램도 꼭 참여하고 싶어요!”라는 학부모의 후기는 괜한 말이 아니었다. 그 꽉찬 마음이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세종청소년문화유산학교’를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