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시대, '옥수꾸'를 보라

['장석춘의 詩골마실' 9편] 넘쳐나는 정보, 감당하기 힘든 세태에 교훈

2020-07-26     장석춘 시인

옥수꾸의 비밀

 

듣는 대로 보이는 대로 담아


차곡차곡 알갱이가 된다
 

비밀의 문을 여니 
 

딱 옥수꾸* 수염 숫자만큼 
 

정보가 알알이 들어 있다.


[작품노트]

장석춘

옥수숫대 꼭대기에서 수꽃이 이리저리 고개를 젓고 있다.

수꽃은 안테나, 세찬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보를 담는다. 나비가 돌 위에 앉은 사연을, 박새 한 쌍이 조급하게 짖어대는 까닭을 들었을 것이다.

수집한 정보는 겹겹이 쌓여 순도 높은 알갱이가 된다. 비밀의 문을 열듯 껍질을 하나하나씩 걷어 내니 곳간이 아닌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넘쳐나는 것들을 감당하기가 버겁다.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만 저장할 수는 없을까?

단단하고 곧추서는 줄기 따라 맺힌 알갱이에 그런 정보가 들어 있을 듯하다. 더도 말고 딱 알갱이 크기만큼, 수염 숫자만큼. 

*. 옥수꾸 : ‘옥수수’의 방언(경기도, 경상도, 충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