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3년 차 세종예술고, '기숙사 신설' 딜레마

타 지역 학생 비율 50% 정원, 원룸·오피스텔 전전 현실 부각 타지 학생 정원 41명 미달 배경... 학부모 측 "기숙사 설립으로 우수학생 영입" 촉구 학교 측 "기숙사 불가, 앞으로 지역 학생 선발 비율 확대" 예고

2020-08-01     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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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전국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세종예술고. 지난 2018년 3월 개교 후 2년을 넘어서면서,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는 건 자연스런 흐름이다.

최근 동과 면 사이 행정구역 논란에 따라 과오납된 수업료 3300여만 원 환급이 이뤄지는가 하면, '기숙사 신설' 논쟁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사실 전국 공고 방식의 세종예술고 입학전형 특성상 불가피한 문제로 늘 자리잡아왔던 현안이다. 순수·실용예술 혼합형 학과로 모집하는 학생 비율이 세종시와 타지 각각 50%로 동일하다보니, 미성년 학생들의 거주지 마련이 애로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다. 

학교로 향하는 버스 노선도 적고 기숙사 계획도 전무한 상황이라, 현재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는 타지역 학생들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요 예산이 클 수밖에 없는 설립 초기에 기숙사 없이 출발했더라도 이제는 재검토를 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종예술고에 따르면 현재 세종예술고 전체 재학생 233명 중 타지 학생들은 총 47명(20.1%)으로 약 1/5 수준이다. 이들은 충남·충북·대전 등에 거주하다 예고에 입학하게 됐다.  

타지 모집가능 정원 88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에 '불안정한 주거 여건'이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될 법하다. 그 결과 친인척과 거주(4명)하거나 아파트와 원룸·오피스텔 등에 자취(18명)하는 인원은 22명이다. 

제보자 A 씨는 “현재 타지에 있는 세종예술고 학부모들은 원룸을 얻어 자녀들의 자취를 시키고 있다. 원룸과 오피스텔을 개인적으로 얻어 자취를 하는 건 여러가지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 입장에선 걱정과 부담도 된다. 왜 기숙사를 짓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앞서 A 씨는 세종예고를 통해 기숙사 규정을 질의했지만 '규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재차 교육청에 관련 조례와 법령을 비롯해 총 몇명이 타지 통학을 하는지, 자취 비율은 얼마인지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만족스럽거나 납득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는 반응. 

그는 "세종예술고 학생 전체를 보면, 아예 이주를 해오는 가정도 상당하고 (원룸 등에 거주하는) 비중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숙사가 없는 부분은 사전에 고지하고 입학 했으니 별 수 없다”는 교육청 담당자의 답변을 인용했다. 

"전국 최고 시설을 갖추고도 기숙사 부재는 아쉬워"(학부모 입장)

제보자 A 씨는 학교 설립 이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드는 시점인데 "기숙사를 지을 수 없다"는 학교와 교육청의 단호한 답변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숙사 미설립을 사전에 고지했다 하더라도, 시대 가치와 교육 여건이 변하고 있는 이 시점에 유동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아이들 자취 비중이 적지 않고 타지 학생 정원이 미달되고 있다면, 또 이를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것. 더욱이 세종예술고 안에는 이미 기숙사 부지까지 마련된 상태인 점도 어필했다. 

그는 “교육의 중심은 아이들이며 그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제도 마련은 교육당국의 의무”라며 “사전고지가 절대적 논리로 작동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강조하기도 했다. 

제보자 A 씨는 "지역 인재 위주로 정원 구성 의견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특목고인 예술고 특성상 타 지역의 뛰어난 인재들을 유치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며 "예술인을 꿈꾸는 인재라면 누구나 학교의 뛰어난 시설자원 가치를 잘 활용하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종예술고 시설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국의 인재들이 최고의 학교에서 공부해야 함은 당연하다. 전국의 인재들이 특정 지역 예술고에 편중되는 현상이 있는 만큼, 학교가 가진 강점을 홍보해 적극적인 인적 자원 유치가 됐으면 한다. 그래야 학교가 또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내부 학생 선발 비중 확대, 기숙사 운영 비효율'(학교 측 입장)  

본지는 이어 세종예술고를 찾아 학교측 입장을 들었다.

학교측은 설립 초기 겪은 어려움부터 설명했다. 실제 교육부의 중앙투융자 심사 통과와 건축 비용 등의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학교측은 "설립 초기 기숙사 필요성을 교육청에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고 학교 설립 무산 이야기까지 나왔다. 무던히 노력해서 가까스로 지켜낸 것이 지금의 우리 세종예술고"라며 이해를 구했다.  

"기숙사 설립에 왜 반대하는가"는 본지의 질문에 학교 측은 "처음부터 기숙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옳았으나 설계비가 반이 줄어든 상태로 학교가 만들어졌다. 또 초기 설계와 달리 기숙사 부지가 학교 정면 쪽에 위치하고 있어 애매한 부분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기숙사가 설립되어 운영된다 치더라도 들어올 아이들이 너무 적다. 식단과 관리, 그리고 예술고 아이들의 특성상 기숙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적다. 학교에서 늦도록 연습을 하거나 외부 로케이션을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예술을 하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성향상 관리와 케어받는 것 역시 싫어하기도 한다. 점점 지역 학생 비율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기숙사 공실도 커질 것"이라며 불가 사유를 역설했다.  

학교 측은 "앞으로도 기숙사 설치 계획이 없으며 그것은 사전 고지를 했던 사항이다. 이는 2016년 기자회견까지 진행했던 부분"이라며 "앞으로 타지 학생들 선발 비율을 줄이고 세종시 인재 선발율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청 관계자도 "사전 입시에 기숙사 없음이 안내 됐다. 학교로 인해 세종시 인구가 유입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타 지역에도 예술고가 있어 이제는 지역 학생 선발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2016년 기준 전국 27개 예술고 가운데 기숙사 운영 학교가 14개교, 미운영 학교가 13개교인 점도 감안하고 있다. 예술고로 유명한 서울예고와 안양예고도 기숙사 없이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타 도시 유입인구로 채워지는 세종 신도시', 유입 학생에 대한 배려 필요

이처럼 학교와 시교육청의 미래 예술고 운영방향과 기숙사 건립 불가는 이처럼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보다 좋은 시설의 학교를 다니기 위해 세종시를 선택할 타 지역 학생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타지 학생들 비중을 줄이는 방향성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문제는 타지 학생들의 불안정한 거주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시민 B 씨는 '시에서 운영하는 학사관 제도'가 가장 좋은 방안임을 시사했다. 학사관은 학교마다 기숙사를 만들 필요 없이 한 건물에 타지 아이들을 공동으로 거주·관리하는 형태다. 기존 기숙사가 안고 있는 공실 문제도 완화되며 관리 직원 운영에도 효율적이란 설명.  

세종시 거주 예술가 C 씨는 "고운동에 생길 아트 빌리지 '임대 거주 공간'에 세종 예술고 아이들을 위한 숙소를 마련해주는 것은 어떤가. 학부모가 걱정하는 안전 문제도 해결될 것이며 창작 공간을 같이 쓰며 예술 작업 또한 함께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를 개진하기도 했다. 

이제 갓 16살에 접어든 아이들. 꿈을 위해 먼 거리를 통학하거나 숙소 마련 등의 문제를 떠안아야 하는 아이들의 불편이 지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개선은 분명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