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를 '차전초(車前草)'라 부르는 까닭

['장석춘의 詩골마실' 5편] 시가 있는 고을로 마실가다 연재 시리즈

2020-05-20     장석춘

 

--밟히면서 산다-- 


길잡이 질경이가 
사람들이 어지럽힌 대지 위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항변하고 있다 

 

이리저리 밟히면서도 
꼿꼿하게 살아간다

[작품 노트]

 

무심하게 밟아버렸다. 누덕누덕해진 이파리가 꿈틀거렸다. 질경이는 다 알고 있다.

 

인간이 어질러놓은 대지의 흔적들을 낱낱이 적어놓았을지도 모른다.

 

누더기를 누가 입혔을까. 사람의 발에도 밟히고, 소달구지와 마차 바퀴 밑에서 밟히면서 자란다. ‘차전초(車前草)'라고 부르는 까닭을 알겠다.

 

질경이는 민가 근처에서 유난히 많이 발견된다. 질경이는 길을 가르쳐주는 친숙한 식물이다. 예로부터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질경이를 따라가면 마을로 갈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장석춘

 

또 질경이가 말라 죽으면, 그 해 큰 가뭄이 든다고 했다. 농사에 거슬려 뽑아버리는 잡풀이 아니라 약초다.

 

그런데도 우리가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잎자루가 길쭉하고 주름진 것은 흔적들을 담아놓았기 때문이리라.

 

순백의 꽃이 무리 지을 여름날을 기다리자.

 

그리고 듣고 싶다. 사람들이 남겨놓은 발자취가 어떠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