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만의 '주류 교체', 총선이 던진 메시지는

[주필의 시선] 조선조 노론시대부터 독재체제까지 기득권 붕괴  정권 아닌 보수 언론‧야당에 대한 역심판… 이제는 보수가 변해야 

2020-04-16     이계홍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21대 총선이 끝났다. (19)87체제 이후 인위적인 3당 통합을 제외하고 국민의 표로 국정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개헌선 가까이 표(183석)를 특정 당에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로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만큼 압승의 무게감은 크다. 필자는 이를 두고 300년 노론 사회의 기득권 체제가 비로소 해체되었다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뚱딴지같이 조선 사회의 붕당체제인 노론 타령을 왜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 탄생과 지방 권력 장악, 그리고 이번 의회 권력을 안정되게 장악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주류가 교체되었다고 본다. 자신감있게 개혁을 추동하는 힘이 생겼다. 구체제의 벽이 얼마나 두꺼웠던가.

√ 조선조 ‘노론시대’가 가져온 폐해 

노론이란, 붕당 정치의 핵심이다. 명문 사족들이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하며 상대 정파를 숙청하고 권력을 독점해왔다. 권력 독점의 이론적 바탕은 성리학이었으나 지나치게 교조화되어 현실과 동떨어진 지배 이념으로 상대방을 치는 기제로 작동했다.  

1690년대(숙종조), 당시 노론사회는 사대주의를 기반으로 가진 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낡은 질서와 기득권 유지에 집착했다. 이념 체계는 성리학의 공리공담에 젖어 국리민복을 외면했다. 

오로지 반대파를 제거하는 도구로 사용했으니 옹졸한 힘의 악순환만 거듭되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고, 그로 인해 피를 부르는 혈전이 벌어진다. 진 사람은 힘을 기른 뒤 다시 보복에 나선다. 

지도자들은 자기 파벌이나 가문의 안전만이 최고의 덕목으로 삼으니 세계관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국력이 쇠약해지고, 나라가 외세에 먹히는 줄도 모르고 먹히고 말았다. 그것이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 해방 후 우리 사회를 지해온 ‘독재체제’   

해방이 되었지만 분단과 내전이 있었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독재체제를 살았다. 노론 이후 한번도 주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오만해지고 군림하는 자세였다.  

한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들어섰지만, 구세력의 집요한 공격으로 제대로 한번 일어서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검찰과 사법부, 행정부, 군부, 재계는 바뀌지 않았다. 그들을 이끈 보수언론이 길목을 지키고 훼방을 놓는데, 민주적 제도개혁은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특히 구세력의 선봉대 보수언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두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부터 레임덕에 빠졌다. 주류 교체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 언론과 보수세력의 방해로 조롱을 받고 퇴장했다. 

개혁한다고 했지만 무늬만 했을 뿐 야유를 받고 비참하게 물러난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주류가 아니라 철저히 마이너리티였다.

그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들어섰다. 이들은 더욱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적 가치를 모욕하고, 권력을 무한대로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등 부패에 첨벙 빠져들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권력에 저항하는 세력을 박정희 전두환 시대와 마찬가지로 잡아가두거나 불이익을 주었다. 이렇게 나라를 분탕질했다. 동맹군인 보수언론의 비호를 받으니 이런 부패 고리는 끝없이 나래를 폈다. 

그러나 그렇게 감췄으나 지독한 악취까지는 막지 못했다. 

결국 이명박과 박근혜가 감옥에 가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문 정권이 들어섰으나 옛 관성에 젖은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연일 문재인을 두둘겨 팼다. 패면 결국 망할 것이라는 학습효과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이미 맛보았기 때문에 연일 밟고 걷어차고 패대기질쳤던 것이다.  

보수야당은 국회의사당을 난장판을 만들고 의사일정도 멋대로 폐기했다. 거리에 나가 태극기부대와 합류해 망언을 쏟아내며 ‘군부여 일어나라! 탄핵하자!!’라고 외쳤다. 시위, 삭발, 억지 생떼는 기본이었다. 오만의 극치였다. 이런 것을 복기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한국 정치는 쓰레기장 같았다. 국민이 혐오감을 안가질 수 없었다. 

√ 4.15 총선 심판, 정권 아닌 ‘보수언론·야당’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났다. 국가적 재난에는 당파와 정파를 초월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주구장창 정권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보수언론이 지원사격을 한 것은 물론이다. 외신은 한국 정부의 코로나 19 관리가 세계적 모범국가 사례라고 평가하는데도 이들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비방하고 헐뜯고 일하는 사람 다리를 걸었다.

그러다가 이번 총선에서 혹독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길게 애기할 것 없이 역시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 이제 보수가 거듭나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수는 거듭나야 한다. 지금까지의 보수는 보수의 말을 꺼내기도 민망한 ‘파괴적 수구’일 뿐이다. 

다시 소생하려면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고 겸손하게 출발해야 한다. 낡은 지배논리에 빠지지 말고 미래를 걸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대결과 분열, 색깔론의 언어로는 백전백패다. 지금의 국민은 한때 보수언론이 설정한 의제를 따르던 옛날의 국민이 아니다. 

보수야당은 국민들에게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당부했지만 국민은 오히려 그들을 심판했다. 그 심판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시대를 외면하는 이명박식 천민 자본주의와 박정희 전두환식 냉전 반공주의에 의지하는 수구정당을 해체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해 합리적이고 개혁적 보수, 세계 변화를 읽는 보수를 지향하지 않으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지난 3년동안 해방 시기 서북청년단 같은 발악과 생떼 어거지로는 살아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낡은 질서와 기득권의 유지에 집착했던 과거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새로운 보수의 기치를 내걸어야 한다. 사회가 진화하고 시민의식이 깨어난 오늘날 완장차고 나대는 서북청년단같은 수법으로 국민의 표를 얻겠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합리보수, 과학보수, 미래보수, 따뜻하고 품격있는 보수로 나가야 한다.   

√ 300년 만의 주류 교체, 집권 여당에게 필요한 건 뭐?

다음으로 집권 여당은 승리의 단술에 취할 때가 아니다. 잔치를 벌일만큼 국내외 상황이 녹록치 않다. 좁게는 코로냐 19 대처와, 중단기 계획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민주당에 압승을 준 것은 제대로 일하라는 것이지, 힘의 횡포를 부리라고 한 것이 아니다. 표를 얻기 위해 내걸었던 공약을 이행하고, 교착 상태인 남북 문제도 자신감있게 추진하라고 표를 준 것이다.  

본지

주류 교체는 또 적폐를 청산하라는 요구다. 적폐의 마지막 소굴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에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 그동안 문제점은 너무 많이 노출되었다. 

 

그러나 자칫 서툴게 건드렸다가는 김대중 노무현이 당했던 것처럼 언제 멱살이 잡혀 퇴장당할지 모른다. 원칙을 세우되 지치지 말고 치밀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300년만의 주류 교체라는 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