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LH 브랜드’ 수난기, 감춰야 산다?

분양아파트에선 일찌감치 사라진 명칭… 임대아파트에선 유지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 ‘주거지 폄하’… 다정동 입주민, “LH 빼달라” 요구 

2020-02-13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브랜드 단지는 세종시에서 메리트가 없는 것일까. 

이미 LH 분양 아파트들에선 해당 마을 명칭 뒤에 ‘~빌’ ‘~크’ ‘~무’를 넣어 표기하고 있고, 민간 참여 공공분양 아파트에는 민간 건설사 브랜드가 LH를 대신하고 있다. 

한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 마을 명칭에 ‘~단지’만 붙여 LH가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또 일부 단지에는 시공사인 민간 건설사 이름을 적시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가 있다 보니, 'LH' 마크가 전면에 박힌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선 이를 아예 빼달라는 민원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다정동 ‘LH 10년 공공임대 단지’에서 불거졌다.  

사연은 이러했다. 입주민 A 씨는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LH 단지’를 비하하는 분들이 있다”며 “실제 그렇지 않은데 ‘LH=저소득층’ 인식을 퍼트리거나 유치원‧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도 무시하고 비하하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공감대를 형성한 주민들은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십 명 연명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포털사이트 측에 검색 후 노출되는 명칭 수정을 요청해둔 상태다. 

다른 동 사례와 비교해보면, 앞서 입주한 인근 새롬동 공공임대 B단지는 포털사이트상 LH 표기를 뺐고 정문 앞 브랜드에는 그대로 LH를 명기하고 있다. 대평동 공공임대 C단지는 포털사이트 뿐만 아니라 정문 표기에서도 LH 문구가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기 분양전환 중인 한솔동의 경우, 입주 초기부터 민간 건설사 브랜드로 출발했다. 

B단지 주민은 “저희 단지에서도 입주 초기 LH 명칭 삭제 논의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진행이 잘 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정동 단지 민원은 현재 세종시를 거쳐 LH에 이첩됐다. 

현재 경향상 ‘명칭 변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유권이 엄연히 LH에 있는 만큼, 각 세대가 10년 후 또는 조기 분양전환을 받기 전까지는 그러해 보인다. 

LH 관계자는 “LH 분양아파트들에 휴먼시아 브랜드 등을 써왔으나, 임대아파트에 시공사 명칭을 별도로 쓸 수는 없다”며 “분양아파트는 LH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입주자 협의를 통해 변경이 가능하다. 공공임대 단지 민원이 공식 접수되면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새롬동

새롬동과 종촌동 국민임대 아파트 단지에서도 LH를 전면에 표기하고 있다. 

새롬동 단지 주민들은 명칭 변경보다는 국민임대의 상징적 공간으로 통하는 복도식 구조에 ‘창’을 설치해달라는 서명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공공임대 입주민 D 씨는 “LH 브랜드가 가져다주는 편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에 신경쓰지 않으려는 주민들도 많지만, 막상 부정적 현실에 부딪히면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