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마루전망대]전국체육대회장의 이명박 대통령과 싸이

2012-10-11     김수현

▲ 11일 오후 6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11일(목) 오후 6시, 달구벌에서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전국체육대회 역사상 최초로 출전한 세종시 선수단은 광주광역시에 이어 8번째 순서로 입장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참석하여 대구시민과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두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과 '말춤'의 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격려사에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니라 선발주자이고, 이것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다"라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이 넘는 국가 대열에 진입했다. 세계적 불황으로 인해 주요 나라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3대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올린 것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일이고, 이것은 국민들의 땀과 눈물의 결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10여분의 축사를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본인의 치적 홍보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대통령 혼자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가면 그 마음은 편할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아쉬운 대목이었다. 관중들의 반응은 대부분 무관심하거나 의례적인 박수를 몇번 보내는 정도였다. 대통령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세간의 평가가 가벼운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성화 봉송이 끝나고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순서의 공연이 뒤를 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건조한 연설로 잠잠해졌던 장내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손연재 선수 공연이 끝나고 그가 나타났다. 이 시대 광대를 자임하는 월드스타 '싸이'였다. 싸이는 공연을 시작하며 "자신을 용서하고 포용했던 국민 여려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선수단과 관객 모두가 즐겁게 놀다가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분위기를 유도했다. 싸이는 솔직하고 열정적이었다. 관중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을 즐겼다. 싸이의 노래와 춤에 대구 스타디움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두가 하나되는 황홀경의 순간이었다. 춤추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타인을 의식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무슨 신성한 의식에 사람들이 혼을 빼앗긴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무리 전국체전이라도 개막식에 관중들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무료 초대권도 수만장을 배포했을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싸이의 공연이 결정되면서 무료 초대권을 매매하는 행위까지 생겼다. 개막식이 만원을 이룬 가장 큰 이유도 싸이 출연 때문이었다. 싸이는 공연 마지막까지 관중과의 호흡의 끈을 놓지 않았다. 비오듯 땀을 쏟으며 연신 고개를 숙여 관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공연이 끝나고 귀가하는 관객들의 표정은 모두가 밝고 활기찼다. 개회식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참여했지만, 관중의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