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시낭송인회’에 오면, 귀가 절로 호강 

[2편] 엄선한 작품, 새로운 시 해석으로 감성의 풍요와 정서적 안정 도모 

2019-11-22     이계홍 주필

매주 토요일 초려역사공원 내 갈산서원으로 모여드는 25명의 ‘세종시 시낭송인회’ 회원들. 

이들의 명품 시낭송을 듣는 내내 귀가 호강할 수밖에 없었다. 엄선한 작품들을 서로서로 낭송하는 일련의 순간들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세종시 시낭송인회 활동만으로도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전문 낭송인이나 시인으로 전직하는 경우도 적잖다. 우리 모두 시낭송인회 회원이 되어볼까.  

¶ 고르고 또 고른 ‘시낭송 작품’, 귀가 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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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 회장은 시낭송 작품을 함부로 선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태주 씨 등 이 고장 출신 시인과 고두현 김응교 김남조 허영자 신달자 문정희 씨 등 유명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 작고 시인으로는 윤동주 백석 정지용 유치환 서정주 김수영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의 시를 주로 낭송한다. 

“고교시절 단순히 학력고사를 치르기 위해 시를 난도질하고 모독하면서 지나쳤던 것을 어른이 되어서 재해석하고, 재구성하고, 시인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자는 취지에서 고교 시절에 배웠던 시들을 중심으로 낭송하고 있습니다.”

전민호 시인의 시 낭송에 이어 윤동주 시인의 시 모음, 독도 사랑 시 모음을 낭송했다. 회원들이 한 사람씩 개별적으로 낭송하는가 하면, 혼성 듀엣으로 낭송하고, 서로 연을 바꿔 낭송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전체 합동 낭송의 시간도 가졌다. 잘 훈련된 듯이 회원들은 리듬있게 낭송해 듣는 것만으로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 시 낭송, “시 자체를 즐기는 것” 

회원들이

이선경 회장은 시 낭송의 기본은 △시의 본질에 충실할 것 △시인의 문학적 사유와 철학의 이해 △언어적 문법의 이해 △시어의 묘미와 장단 고저의 운율을 통해 어떻게 노래하며 청중과 함께 공유 지수를 넓히는가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인은 밀폐된 공간에서 엄숙하게 시 작업을 하지만 시 낭송가는 공개된 장소, 즉 무대에서 목소리와 표정으로 시 감정을 표현하는 차이가 있죠. 회원 중 시인 등단한 분도 있지만, 우리는 시 낭송 자체가 좋아서 모여든 사람들입니다.”

중세 프랑스 음유시도 이런 전문 시 낭송가들에 의해 널리 보급되었다. 예술가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이 같은 시 전통은 카페 음악이랄 수 있는 오늘날의 샹송으로 크게 발전했다. 독특한 개성과 멋을 지닌 샹송은 예술적인 우아함과 대중적인 기호를 동시에 갖춰 프랑스의 대표 문화예술로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이선경 회장 역시 이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시 낭송은 시가 좋아서 다가가는 것이고, 이를 통해 바른 치유라는 정서적 안정감과 인생의 풍요를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꼭 시인을 지망하는 것이 아니라 시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회원들은 시낭송 전문가로 배출되어 각종 문화행사와 문학의 밤 등에 초청을 받는다. 행사에 초대받아 갈 때, 시 1-2편을 낭송하는데 약 10만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 다양한 곳에서 모여든 회원들, ‘정서적 안정감’은 선물 

이날 참여 회원은 70대의 전직 교장 김홍영ᐧ퇴직공무원 윤병옥 씨, 회사원 고이석, 정선애 씨, 다도강사 박경숙 씨, 컴퓨터사업을 하는 이순애 씨, 행복충전재가복지센터 센터장 함윤분 씨, 주부 강미영 전귀자 씨 등 다양했다. 

이중 박경숙, 함윤분 씨 등은 논산 탑정호에 낙향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인기작가 박범신 씨 문하의 팬덤들이 결성한 ‘와사등’ 회원이기도 하다. 

회사원 임기성 씨는 시낭송인회 참여 동기에 대해 “대구가 고향이어서 발음과 억양을 교정하려던 참에 세종시 시낭송인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은 발음도 시정하게 되고, 시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직 교장 출신 김호영 씨는 “대전에서 살고 있지만 세종시 갈산서원에 시낭송인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참여하게 되었다. 학교 재직시절 국어교사로 근무했지만 시낭송인회에서 시를 익히면서 그동안 가르쳤던 시가 엉터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낭송의 생활화가 얼마나 우리 삶에 유용한가도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배워서 대전평생학습원에 나가 봉사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 신입 회원 ‘소프라노 서민경 씨’, 노래로 신고 

이날 새 얼굴도 소개되었는데, 성악가 서민경 씨가 주인공. 소프라노인 서 씨는 임기성 회원의 주선으로 참여했으며, 신입 신고를 노래로 대신. 

서 씨는 우리 가곡 ‘산너머 남촌에는’과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 나오는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불렀다. 애절하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아리아가 실내에 울려 퍼지자 모두들 숙연한 가운데 한때 아버지들을 추억하는 모습들이었다. 

서 씨는 성량이 풍부한데다 고음 처리도 완벽하게 소화해내 노래가 끝나자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내 정상급 성악가가 초야에 묻혔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서야 한다”며 박수를 보냈다. 회원들은 “시낭송인회에 참여하다 보니 이런 선물도 받는다“고 행복해했다.

서 씨는 “앞으로 세종시 시낭송인회에 참여하겠다”면서 곧 있을 발표회에 회원들을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시낭송인회 회원 가입 자격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신입회비는 3만원이며, 매월 1만원의 회비를 낸다. 회비는 행사비와 강의 진행비로 쓰인다. 연락처 이선경 010-4455-005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