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교통공사 갈등 본질 '반노동 경영 마인드' 지적

정의당 세종시당, 7일 '세종교통공사 개혁' 정책 토론회 개최 전국 주요 시·도에 도입한 '노동이사제·인사청문회' 대안 눈길

2019-11-07     한지혜 기자
정의당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출범 후 줄곧 노사갈등을 유발해온 세종도시교통공사(사장 고칠진) 사태 본질이 ‘반노동적 경영 마인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세종시당(준)은 7일 오후 2시 새롬종합복지센터 2층 강의실에서 ‘세종교통공사,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수 억 원대 혈세로 노조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동시에 노사갈등 지속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 취지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의당 세종시당 이혁재 위원장이 ‘세종도시교통공사의 개혁방향’을 주제로 기조 발제했고, 공공운수노조 김현상부위원장, 정의당 충남도당 전옥균 민생위원장, 세종시민단체연대회의 윤영상 공동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 출범 초기부터 흔들흔들, “사유화 방치”

공공운수노조

토론자들은 대안 제시에 앞서 수 년 째 지속되고 있는 갈등 사태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 분석에 나섰다. 낙하산 인사 논란부터 반노동적 경영 마인드, 견제 세력 없는 운영 시스템까지. 지방공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세종교통공사가 종합적으로 안고 있다는 것.

공공운수노조 김현상 부위원장(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사태를 보며 이런 공기업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료출신 인사 논란부터 출범 첫 해 사장의 강의자료 대필, 계약 위반, 사유화 문제까지 잇따라 불거졌다. 그런 와중에 1000~2000만 원대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것 자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방공기업 사장 임명권이 결국 지방자치단체장에 있는 만큼 지자체장이 가진 ‘마인드’가 곧 투명한 공기업 운영과 직결된다는 뼈있는 주장도 폈다.

김 부위원장은 “사장을 임명하는 것은 결국 지자체장이고, 누구를 앉히느냐가 곧 공기업 운영 성패를 좌우한다”며 “지자체장의 노동정책이 그대로 경영진 마인드에 파고든다. 지난 8년 간 서울시가 어느 도시 부럽지 않은 노동정책을 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통공사 사태의 본질이 ‘경영 마인드’에 있다는 주장에 잇따라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종시민단체연대회의 윤영상 공동대표도 “교통공사 문제 본질은 경영진 마인드에 있고, 더 중요한 문제는 낙하산 인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있다”며 “지난해 지방공기업 인사 관련 통계를 봐도 공기업 임원자리가 고위공직자 노후보장용, 보은인사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혁재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도시교통공사가 공개한 반박자료에도 전혀 정화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사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경영진 교체를 시작으로 전문성과 도덕성, 소통능력이 검증된 사장과 상임이사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인사청문회 도입 안 한 ‘유일’ 광역지자체

세종시민단체연대회의

올해 9월 충북도는 인사청문회 도입을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부산, 울산, 충남, 경남, 전북 5개 지자체가 잇따라 합류했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행되지 않는 곳은 세종시가 유일하다.

대부분 검증대상은 지방공기업, 출자·출연기관장이다. 인천시는 정무부시장, 제주시는 행정시장 등 정무직에 대해서도 청문절차를 거치고 있다.

세종시민단체연대회의 윤영상 공동대표는 “유일하게 세종시만 인사청문회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어 더 심각하다”며 “시민단체에서 수 년 전부터 인사청문회 법제화를 요구해왔지만 진전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세종시에 여러 공기업이 만들어질 예정인 만큼 보은·코드 인사를 견제하고, 전문성과 도덕성을 함께 갖춘 인사를 임명해야 시민들이 피해보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이사제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선 이미 보편화됐고, 독일은 기업 규모에 따라 이사회의 최고 절반까지를 노동자 대표로 채우도록 법제화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서울시가 관련 조례를 제정해 처음 시행됐다. 이후 광주(2017년), 인천(2018년), 경남·부천·부산·경기(2019년) 등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노동이사제는 정부 시책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포함했다.

정의당

정의당 충남도당 전옥균 민생위원장은 “노동이사제는 노사 간 강대 강 대립관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한 방안”이라며 “정보를 함께 나누면 투명한 경영에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김현상 부위원장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적극 제안했다.

김 부위원장은 “노동이사는 활동 중에는 조합원 신분이 아니지만, 임원진과 경영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지적할 수 있어 노조 입장에서는 중요한 제도”라며 “노사 분규나 해고 문제가 발생했을 시 중간자적 역할을 하는 대화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시행 중인 노사정협의체나 지역노동조합협의체 구성도 언급했다. 노동위원회와 별개로 문제 발생 시 조정을 통해 권고 조치를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정의당 이혁재 위원장은 “교통공사의 전면적 혁신을 위해서는 각종 비위·비리행위 제보센터를 설치해 지난 3년간의 일을 감사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조직 진단·혁신 TF팀을 구성하고, 비상임이사 구성도 실질적으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 청렴 옴부즈만 제도도 기업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와 관련, 세종도시교통공사 관계자는 “노조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교통공사에서도 대책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칠진 사장의 임기는 내년 1월 4일까지로 조만간 연임 안건에 대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노조와 정의당, 일부 시민단체들의 고 사장 퇴진과 인적 쇄신 요구에 세종시 및 이사회가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