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다시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특별기고] 10.4 선언 5주년을 보내며

2012-10-10     최교진

지난 10월 4일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 선언 제 5주년 기념일이었다. 10.4 선언은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으로 남북이 정치·군사·경제·문화 등 사회전반에서의 교류와 협력이 심화·발전될 수 있는 구체적 단계를 내딛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유명무실해졌으며 그 정신이 퇴색되었다.
지난 10월 4일 열렸던 10.4 남북정상선언 5주년 기념토론회와 기념식에 참석했던 최교진 노무현재단 대전충남 공동대표의 참가 후기를 싣는다. <편집자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쪽의 대통령이 평양공항에 내리던 날의 풍경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설레는 장면이었다. 마중 나온 북쪽의 국방위원장과 만나 포옹하는 모습은 마치 오래 헤어져 있던 집안 당숙을 만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두 사람이 함께 같은 차를 타고 회담장으로 떠나는 모습까지 너무 자연스러워 오히려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이 나왔다. 이 일로 우리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기까지 했다.

2007년 10월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합의 발표

그리고 2007년 10월 2일, 남쪽의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평양에 간다. 이번에는 직접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갔다. "내가 오늘 이 군사분계선을 밟고 넘어가고, 뒤 이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선을 밟고 넘어가면 이 분단의 선도 없어지지 않겠나?"라는 말을 남기고. 이틀 뒤 회담을 마치고 남북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남북정상선언)을 한다.

10.4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6.15공동선언을 구현하고,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전환하며, 이를 위해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긴장 완화와 평화 보장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다. 또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주변국 정상들과 함께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등 8개항의 내용에 합의하고 발표했다.

이 선언을 보며 얼마나 설렜던가!

이제 남북에 확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겠구나. 6.15선언에 따른 개성공단 개발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북측의 서울을 향한 군사대치선이 북쪽으로 수십 킬로 뒤로 물러난 것처럼,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게 되면 서해상의 긴장이 사라질 수 있겠구나! 북측 최대의 해군기지인 해주항에 경제특구를 건설하고, 민간 선박의 해주직항로를 통한 해주항 이용이 가능해진다.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남북이 공동어로구역에서 평화롭게 함께 고기를 잡게 된다! 개성공단도 1단계 건설을 완료하고 2단계 2천만 평의 대규모 건설이 추진되면,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의 상징이 되겠지. 그것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되기도 할 거야.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하는 일도 추진하기로 했다.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여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기로 했으니 중국을 거치지 않고 백두산 광광이 곧 가능해지게 됐다.2008년 북경 올림픽대회 때 경의선 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하여 평양에서 탄 응원단과 함께 공동응원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현 정부 등장 후 파탄난 남북관계

그런데 다음 해 등장한 현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파탄이 나고 말았다. 10.4 선언을 보고 가졌던 국민들의 꿈은 아무 것도 실현되지 못했다. 그래서 2008년 10월 1일 가진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피를 토하듯 대북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평화는 통일에 우선하는 가치라며 한반도 편화실현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요구하며 평화통일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다짐하자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열쇠가 신뢰이니 역지사지 하는 마음으로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간곡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대통령 후보들의 대북정책이 궁금하다

그리고 지난 10월 4일, 연휴 바로 다음 날에 세종문화회관에서 5주년 토론회가 열렸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남북문제 전문가들이 모여 10.4 선언 이후의 대북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다. 한반도 평화포럼과 노무현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모임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대북정책을 듣는 자리도 마련했다.

첫 순서가 대선 후보의 대북정책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는데 아쉽게도 문재인 후보만 나왔다. 문재인 후보의 기조연설과 문정인 교수와 대담으로 진행되었다. 문재인 후보는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동시에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이 구상의 실현을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의 초안을 확정하고, 2013년 여름까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과 평화구상을 조율하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측과 평화구상을 합의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또 6자회담 참가국들과 조율을 거쳐 2014년 상반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6개국 정상선언’을 이끌어내고 같은 해 말까지 정상선언 이행 기구를 출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발표한 ‘남북경제연합’ 실현을 위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취임식에 북측 인사를 초청하고, 곧바로 10.4 정상선언에서 합의한 남북경제협력 공동위원회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남북관계 신뢰회복을 위한 첫 사업으로 개성공단을 활성화시키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한편 2단계 개성공단 조성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대북정책은 ‘비포용의 실패’

이어서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사회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를 주제로 김근식 교수의 발제와 김연철, 김준형 교수의 토론이 진행됐다. 발제자는 한마디로 ‘비포용의 실패’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며 지난 5년간 남북관계를 상세하게 짚어줬다. 토론자들도 총체적 실패라는데 동의하며 거꾸로 가는 한반도 상황을 우려하며 대북포용 정책으로의 복귀를 주장했다. 이어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백학순 교수의 발제와 이수훈, 이근교수의 토론이 있었다. 발제자는 모든 대통령 후보자들이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담대하게 제안하고 실천해 나갈 것을 주장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와 정례화를 통한 남북연합의 추진 등 10대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토론자들은 개성공단을 주목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것(이수훈)과 남북경제 연합의 기초는 신뢰라며, 기존 남북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절차를 밟을 것(이근)을 요구했다.

문재인 후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동반형 남북교류 협력 사업의 추진도 제시했는데, 세 번째 토론은 서울시 남북교류 협력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진행됐다.

다섯 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과 이어진 기념식까지 참석해 앉아 있는 내내 딱 한 번 10.4 선언의 당사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던 2008년 10월 1일 1주년 기념식에서 안타까움에 절규하듯 호소하던 모습이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 번영은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는 생각과 함께.

안철수, 박근혜 후보의 대북정책을 듣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래 전에 토론자와 발제자를 정했는데 우연하게도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정책 자문을 하는 이들이 정확히 3명씩 이었다’는 사회자의 말을 듣고, 두 후보의 대북정책의 기조는 차이가 많지 않을 것이라 안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