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세종시 연서중, '레슬링' 저력 이유

[세종포스트-세종교육청 공동캠페인] ④ 형제 같은 소규모 운동부

2019-10-07     한지혜 기자
세종시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형제애로 뭉친 작은 학교 연서중 레슬링부 학생들이 잇따라 세종에 기쁜 소식을 안겨주고 있다. 

연서중 레슬링부는 지난 2014년 4월 창단됐다. 소년체전과 전국 대회에서 매 년 유망종목으로 꼽히고 있고, 메달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운동부 인원 자체가 소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저력이다.

올해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있는 연서중 레슬링부를 찾았다. 편견을 깬 운동부 분위기와 삼촌같은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운동 철학까지. 작은 학교 연서중 레슬링부 힘의 원천을 짚어봤다.

#. 위계 없는 형제 같은 운동부

현재

작은 학교가 가진 장점이 있다. 운동부 아이들의 관계도 형제에 가깝다. 기존 운동부 분위기나 위계질서에서 한참 벗어나있다.

3학년 경서 학생은 레슬링부 주장을 맡고 있다. 지난 3년 간 레슬링부에 몸담았고,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충북에서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전 중등부 그레코로만형 60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경서 군은 “3년 간 레슬링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바로 ‘예의’”라며 “함께 운동하는 선수들과 지도자 선생님께 늘 감사하다. 후배들이 항상 포기하지 않고, 지금처럼 재밌게 운동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군은 내년 일반고 진학을 앞두고 있다. 3년간 해 온 레슬링은 취미이자 특기로 남기기로 했다.

연서중

2학년 정일영 군은 올해 전국소년체전 110kg급 그레코로만형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최근 열린 제44회 KBS배 전국레슬링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따냈다.

정 군은 “레슬링의 가장 큰 매력은 기술을 통해 상대방을 깔끔하게 넘겼을 때 느끼는 쾌감”이라며 “코치님 말씀을 따라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선수 생활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부 입성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아 노력의 기쁨을 맛 본 선수도 있다. 1학년 이승찬 학생이다. 배드민턴, 축구 등 평소 운동을 좋아했던 이 군은 연서중에 입학해 레슬링을 처음 접했다. 젊었을 적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부모님의 지지를 받아 부담 없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이 군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며 “최근 열린 대통령배 대회에서 동메달을 처음 목에 걸었는데, 앞으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 비인기 종목의 반전, 잊지 못할 성취감

올해로

레슬링은 상대방의 양 어깨를 동시에 땅에 대거나 심판의 판정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경기다. 투기 종목 중 역사적 기원이 가장 오래된 스포츠로 꼽힌다.

오늘날 레슬링은 비인기 종목에 속한다. 주목을 덜 받다보니 아이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종목이기도 하다. 작은 학교 연서중에 레슬링부가 운영된다는 게 특별할 정도다. 최상근 지도자는 지난 2017년부터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 지도자는 “레슬링의 매력은 기술 성공과 성취감이 주는 짜릿함이 크다는 것”이라며 “역사도 깊고, 유도 등 도복을 입는 스포츠와는 달리 서로 살을 맞대고 땀을 나누며 하는 경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씨름을 했고, 중·고등학교, 대학, 졸업 후 일반부에서도 레슬링을 해왔다. 비인기 종목에 속해 선수 육성이 열악한 스포츠로 꼽히지만, 연서중에 근무하게 되면서 좋은 학생들을 만났다.

최 지도자는 “훈련할 땐 열심히 훈련하고, 또 공부 등 나를 위한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는 것이 운동 지도 철학”이라며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레슬링을 제외한 다양한 체육 활동,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을 해야 한다는 것도 지도 철학 중 하나다. 운동부 학생들이 훈련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최 지도자는 “다른 스포츠든 체험이든 다채로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진로 측면에서도 단순히 선수가 아니라 스포츠를 하나의 특기이자 취미로 가질 수 있다. 앞으로 어떤 학생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연구하는 지도자, 다각적 지원 체계

지난

복진국 지도교사는 17년째 체육 교사로 근무 중이다. 이전에 럭비나 복싱 엘리트 운동부 지도교사를 맡아왔지만, 레슬링 종목은 여기서 처음 접했다.

복 교사는 “기존 운동부 훈련 시스템 형식에서 벗어나 스텝박스 등 다양한 기구와 장비를 활용한 훈련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며 “선수들의 좋은 성과 뒤에는 연구하는 지도자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최근에는 성과주의에 머물렀던 과거 운동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복 교사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추세지만, 연서중 레슬링부는 아무래도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가 없고, 정서적인 부분이 더 크다”며 “저렇게 순한 아이들이 투기 종목인 레슬링 대회에 나가 성적을 내는 걸 보면 가끔 신기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레슬링

소규모로도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학교나 동창회 측의 지원도 활성화됐다. 다만, 읍면지역 학교다보니 점차 입학생들이 줄어들어 운동부 유지와 선수 발굴에 어려움이 생길지 않을까 작은 우려도 있다.

복 교사는 “현재 3학년까지 남학생이 62명인데 읍면지역 학교다보니 입학생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신입생 수가 늘어나면 운동부 인력풀이나 운영에 있어서 지금만큼 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학생들이 스포츠클럽대회를 통해 레슬링 외 다른 종목 대회도 나가보면서 다양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며 “전문 체육인을 꿈꾸는 학생부터 특기나 취미로 삼는 학생들까지 즐겁게 운동하며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