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으로 묶여 서로를 잃지 않으려는 두 개의 자유

[별자리이야기] 물고기자리

2012-09-19     송길룡


아프로디테는 누구에게나 잘 알려져 있듯이 사랑과 미의 여신이다. 남성 신들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아내로 삼고 싶어했다. 올림포스의 신들이 티탄족과의 싸움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제우스는 티탄족을 무찌를 수 있게 한다면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헤파이스토스는 흉칙하게 생긴 자신의 몰골 때문에 결혼을 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우스의 약속을 전해듣고 용기를 냈다. 자신의 작업장인 대장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번개’를 만들어내서 제우스에게 바쳤다. 그 대가로 제우스는 그에게 아프로디테를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왜 어렵게 아내를 얻은 헤파이스토스는 너무나 고혹적인 아프로디테를 멀리 했을까? 대장간 일이 바쁘다며 조금씩 그녀와 떨어져 지내게 됐다. 아프로디테는 혼자 있는 날이 많아졌다. 이윽고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아름다운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빠져들었다. 그녀는 남편의 눈을 피해 아레스와 밀회를 즐겼다.

이렇게 서로를 탐닉하던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는 헤파이스토스에게 들켜 크게 봉변을 당하면서도 서로 떨어지지 않고 열정을 나눴다. 그래도 결국 그들 사이에는 애정의 틈이 벌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에게 반하자 아레스는 멧돼지로 변해 그들 치받아 죽였다. 에오스라는 처녀가 아레스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프로디테는 그녀가 사랑하는 인간은 모두 죽어버리는 저주를 내렸다.

이렇게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는 서로 물고 뜯으면서도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고 살았는데 그들의 사이에서 포보스, 데이모스, 에로스 등의 자녀들이 태어났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자기 아들 에로스를 데리고 유프라테스 강 언덕을 거닐고 있다. 그때 갑자기 거인족 티폰이 나타나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아프로디테는 깜짝 놀라 갓 태어난 아들을 품에 안고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걸음을 빨리 내달려도 우람하게 몸집이 큰 티폰의 발 한 걸음을 따돌리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때 포세이돈의 도움을 받아 잠시 아프로디테와 에로스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돼어 강물속으로 도망치게 됐다.

▲ 플람스티드 성도의 물고기자리(1729). 자료 위키백과.

밤하늘 물고기자리가 있는 곳은 고래자리의 등쪽에서 페가수스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를 위로 보는 위치에 있다. 두 마리 물고기가 두 개의 끈에 묶여진 채 두 방향으로 쏜살같이 나아가는 형상이다. 아프로디테는 에로스를 품에 두고 얼마나 다급했을까? 끈으로나마 자식을 잃지 않으려는 그녀의 또다른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