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Rock의 역사를 남기고 떠난 전설의 뮤지션 Jon Lord

2012-07-24     성현기(팝칼럼니스트)

록 그룹 Deep Purple의 창단(1968년)멤버이자 키보드주자 Jon Lord가 지난 7월 16일(현지시각)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200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갖기도 했던 Jon Lord는 1941년 6월 9일 생으로 71세에 생을 마감했으며 본명은 존 더글러스 로드(Jon Douglas Lord)이다.

베이스주자 Roger Glover와 함께 Deep Purple의 1기 음악을 주도하며 록과 클래식을 접목하는 등 실험적인 사운드에 몰입하던 Jon Lord는 1970년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시도했는데 당시에 공연장인 로열앨버트 홀을 찾은 관객들 대부분이 계란을 준비해갔다고 한다. 전통적인 것을 중시하는 영국의 고전음악애호가들은 물론이고 "야드버즈"를 모체로 탄생한 전통 블루스 록 밴드 Led Zeppelin의 팬들까지 터무니없는 짓이라며 계란투척 계획을 세웠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내며 열성 팬으로 돌변했다고 한다.

당시에 Deep Purple의 스텝과 멤버들은 계란투척 소문에 무대의상 안에 비닐로 된 우비를 착용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Jon Lord와 Roger Glover가 만류하여 우비까지는 착용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신인록밴드와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조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 가운데 Deep Purple의 이런 협연시도는 Art Rock이란 새로운 쟝르가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록 뮤직에 클래식 악기가 함께 편성되면서 Art Rock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Deep Purple의 1기 음악은 Jon Lord와 Roger Glover의 주도로 이처럼 실험적인 부분이 많았다면 Ritchie Blackmore(기타)와 Ian Gillan(보컬)이 주도한 2기 음악은 Smoke On The Water, Child In Time, Highway Star 등 전통 블루스 록의 틀을 탈피한 혁신적인 록 뮤직들로 범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고 현재까지 모든 록밴드 구성 포지션의 표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오랜 세월 인기를 얻고 있는 Soldier Of Fortune은 3기 보컬리스트 David Coverdale이 부른 곡으로 기타리스트 Ritchie Blackmore가 졸작 중에 졸작이라고 평가했지만 곡에 대한 폄하라기보다는 2기 보컬리스트였던 Ian Gillan의 터프하고 전진적인 창법과는 달리 3기 보컬리스트 David Coverdale의 소울풀한 창법이 자신의 기타보다는 Jon Lord의 키보드와 음악적으로 소통이 잘 이루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Ritchie Blackmore가 David Coverdale을 비난하면서 나온 얘기란 생각이 든다.

Deep Purple의 2기 음악은 Ritchie Blackmore(기타)와 Ian Gillan(보컬)이 주도하며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었지만 팀의 중심은 언제나 Jon Lord였다.

그는 Deep Purple의 음악방향과 구성 등을 결정하고 이끌며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기타리스트 Tommy Bolin, Ritchie Blackmore, Ian Gillan, Roger Glover, Glenn Hughes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혼란스런 시기에는 팀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밴드를 지켰다.

Deep Purple의 재결합에도 참여했던 Jon Lord는 2005년 이후에는 다시 실험적인 음악에 전념하며 ‘존 로드 콘체르트월드투어"를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세상에 남기고 떠났다.

록과 클래식이 융합을 이룬 작품을 록 음악사에 새로운 기록으로 남기며 Art Rock란 쟝르를 개척한 Jon Lord의 역작 April을 들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는 Art Rock을 가장 대중성있게 승화시킨 카멜(Camel)과는 또다른 음악세계에서 살다간 아티스트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