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흔들리며 피는 꽃

2012-07-12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시인 도 종 환
민주통합당(국회의원)
한국작가회의(사무총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정교과서 측에 중학교 국어 검인정 교과서에 실린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뺄 것을 권고했다. 도종환 시인이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이유다. 정치적인 이유로 문학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이번 사안에 대해 문학계는 물론 문화예술계, 교육계, 일반 시민 등 사회적 비판이 빗발쳤다.도종환 의원은 이번 조치에 반박하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시를 낭독하여 국회의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고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서 검색 1순위로 떠오르며 오히려 널리 알려졌다.한편, 교육과정평가원은 사회적 비난여론에 밀려 이번 권고 방침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이 없었던 교육과정 평가원의 경솔한 처사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