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허영 때문에 고생하는 딸

[별자리이야기] 안드로메다

2012-06-19     송길룡

▲ 2012년 6월 19일 06시 새벽하늘의 안드로메다자리. 자료=한국천문연구원

딸은 그때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을까? 카시오페이아 왕비가 바다의 요정들 앞에서 자기 딸 안드로메다 공주의 아름다움을 자랑한 일로 에티오피아 해안은 풍전등화의 모습이 되었다. 공주는 포세이돈이 보낸 괴물고래 케투스의 제물로 바쳐질 운명. 그녀는 온몸이 사슬로 묶인 채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며 파르르 공포에 떤다.

자신이 묶여 있는 바위 뒤 저만치에 사랑하는 아빠가 있고 그 곁에 엄마가 있다. 자기 잘못 때문에 딸을 희생하게 되었으니 왕비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공주를 어처구니없는 일로 잃게 된 케페우스 왕은 왕비를 탓하기 이전에 백성들이 겪을 훨씬 더 큰 피해와 고통을 생각하며 입술을 깨문다.

해안가에 나온 모든 이들이 점점 더 파도가 높아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탄식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늠름하게 생긴 청년 하나가 해안으로 다가온다. 그는 이곳 사람들이 무슨 연유로 무서움과 슬픔에 빠져있는지 알고 모두를 안심시키려 한다. 숱한 모험을 하며 단련한 근육과 태양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칼을 보여준다. 그는 자기 이름이 페르세우스라고 말한다.

페르세우스는 먼 여행을 하고 어머니가 계신 세리푸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헤르메스에게서 받은 날개달린 신발을 신고 바다 위를 날아서 건너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해안을 지나며 먼발치에서 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바닷가에 치솟아오른 바위 뒤에서 슬프게 울고 있었다. 바위 위에는 한 눈에 봐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한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미처 다 피어나지 못한 자기 운명을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녀의 모습에 돌이킬 수 없는 매혹을 느꼈다.

페르세우스는 케페우스 왕에게 제안한다. "제가 괴물을 처치한다면 공주를 제게 주십시오." 왕은 망설인다. 엄청난 괴물고래 케투스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왕은 용기만 믿고 큰소리치는 젊은이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 그때 바닷물이 사방으로 튀며 케투스의 머리가 솟아난다. 그나마 페르세우스 덕에 잠잠해지던 사람들의 분위기는 다시 극심한 공포감에 휩싸인다.

꼼짝 못하고 바위에 묶인 안드로메다 공주의 처절한 모습이 밤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 자기 잘못도 아닌 일로 목숨을 잃게 된 꽃다운 젊은 여성의 고통을 위로해 주는 듯 안드로메다 자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자리에서 깜깜한 밤에도 눈부시게 반짝인다.

이제 페르세우스는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 요한 보드(1801)의 천체학에 있는 안드로메다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