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자랑하다 별이 된 엄마

'카시오페이아'

2012-06-11     송길룡

▲ 2012년 6월 12일 18시 설정으로 검색한 밤하늘 별자리. 북쪽 하늘 아래쪽에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있다. 자료=한국천문연구원.

엄마가 딸 자랑하는 것이 그리 흠이 될까? 왕비는 해안가에서 요정들과 입씨름을 한다. 이 요정들은 바다의 신 네레우스의 아리따운 딸들이다. 왕비는 한껏 목에 힘을 준다. "당신들은 내 딸 안드로메다 발꿈치에도 못 따라와요."

아름다움을 비교당하며 모욕을 느낀 요정들은 분을 참지 못한다. 그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찾아가서 허영심 많은 카시오페이아 왕비를 단단히 혼내달라고 간청한다. 왕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징벌은 무엇일까? 자기 눈앞에서 자기 딸을 잃게 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닐까? 포세이돈은 덩치가 산더미 같은 괴물 고래를 에티오피아 해안으로 보낸다.

▲ 에티오피아의 위치
괴물 고래가 한 번 요동을 치면 에티오피아 해안은 쓰나미에 아수라장이 된다. 심심하면 괴물 고래가 나타나 난장판이 되니 아무도 바다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기잡이로 연명하던 해안가 백성들이 발만 동동 구르며 굶주려간다. 생각다 못해 케페우스 왕은 예언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바다의 요정들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예언가는 청천벽력 같은 해법을 내놓는다. "공주님을 제물로 바쳐야 이 모든 재난을 면할 수 있습니다."

푸른 바닷물이 발치에 내려다보이는 바위 앞쪽에 안드로메다 공주가 묶여 있다. 왕비 카시오페이아는 왕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울며불며 매달렸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왕의 마음을 되돌리진 못했다. 잔잔하던 바닷물이 조금씩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사방으로 물방울이 튀며 괴물 고래가 고개를 치켜들고 나타난다. 자신의 잘못으로 딸을 잃게 된 왕비는 비명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까무러쳐 버린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루 종일 맴도는 카시오페이아자리는 충격에 놀라는 왕비의 모습을 닮았다. 시샘 많은 요정들 앞에서 잘난 척 딸 자랑한 것에 비한다면 너무 과중한 벌이 아닐까? 카시오페이아 왕비는 안타깝게도 충격 받는 모습 그대로 별자리가 되어 무례한 허영심의 교훈으로 밤하늘에 머문다.

한편 바위에 묶인 안드로메다 공주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 존 플램스티드의 천상지도(1729)에 그려진 카시오페이아자리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