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첫마을 공공임대’, 조기 분양전환 의미는

4단지 전국 최초 합의, 빠르면 3개월 후 ‘내 집 마련’… 첫마을 남은 단지 등 전국 5만여세대 미래 주목

2019-07-15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4단지’가 전국 최초의 조기 분양전환 합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6월 입주를 시작한 뒤 7년여만의 일로, 그간의 공공임대 정책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분양전환 가격 산정 기준을 둘러싼 국토교통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전국 LH 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간 논쟁이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어서다.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는 민간 5년 공공임대와 같은 기준 또는 분양가상한제에 맞춘 분양전환가 산정을 요구하는 투쟁을 지속해왔다. 

민간 5년 공공임대는 준공 당시 최초 주택가격과 분양전환 시점의 감정평가 1인 제시가격을 산술 평균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아름동 11단지 5년 공공임대 사례로 보면, 무주택 입주자들이 시세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정부와 LH가 10년 공공임대에 적용 중인 ‘감정평가사 2인의 산술 평균가격’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면, 분양가는 최초 주택가격보다 2~3배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다음 달 임대기간 10년을 꽉 채우는 경기도 성남 판교 등 수도권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들의 생존권 투쟁은 이 때문이다.

금번 첫마을의 조기 분양전환 합의는 정부와 LH가 적용 중인 기준을 따르겠다는 입주민들 선택에 따른다. 전국 최초의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인 판교보다 빨리 분양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배경이다.

첫마을 4단지 입주민들로선 당연한 선택이다. 최근 시세를 감안하면, 판교처럼 2~3배 이상 감정평가가 뛸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굳이 10년을 다 채울 이유가 없다.

감정평가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하면 2억원 초반대 거래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 2012년 입주 당시 59㎡ 기준 최초 주택가격은 1억 3000만원 대로 제시됐고, 지난 달 첫마을 7단지 실거래가가 2억 3000만원~2억 8000만원 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수도권과 달리 최소 7000만원 이상만 더 부담하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성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정부와 LH의 꼼수란 시각도 있다. 경기도 성남 판교 등 수도권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민들이 주장하는 ‘5년 공공임대 기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구를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는 해석에서다.

첫마을 4단지로 시작된 조기 분양전환 협의가 전국 최초 사례를 떠나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협의 과정과 결과는 이미 분양전환 협의를 진행 중인 판교 뿐만 아니라 전국 10년 공공임대 단지들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첫마을 4단지 '전국 최초 분양전환' 결정, 어떻게 이뤄졌나 

15일 세종시 공공임대 연합회(회장 안영화)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5월 6일 공공임대 연합회와 면담 이후, 조기 분양 여부를 저울질해왔다.

이달 들어 답변이 왔다. 지난 5일 최종 회신을 통해 입주민 공청회 등의 제반 절차를 거치면, 조기 분양 전환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4단지 입주민들이 지난 2017년부터 벌여온 ‘조기 분양 전환’ 요구를 이제야 받아들인 셈이다.

4단지 입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12일 열린 1차 공청회에 총 332세대 중 80세대가 모여 들었다. 공공임대 연합회는 오는 22일까지 위임 동의 절차를 거치면, 250세대 이상이 동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의 세대는 빠르면 2~3개월 이내, 늦어도 올 하반기 중 분양전환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게될 전망이다. 비동의 세대는 2022년 6~8월까지 보증금과 월 임대료 납부 조건에 따라 거주한 뒤, 같은 해 분양전환가 산정 기준에 따라 우선 분양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남은 3년 사이 분양전환 기준이 ‘5년 공공임대’ 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경우, 현재보다 더욱 유리한 조건을 맞이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정부와 LH 입장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안영화 회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모임을 가져봤지만, 이 같은 입주민 반응은 처음”이라며 “조기 분양 전환이 가능해졌으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감정평가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을 경우,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했다.

입주민들 사정에 따라 이미 납부한 보증금 외 잔금 마련방안 등도 고민꺼리다. 무주택 입주민들이 대부분인 터라, 상당 금액의 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회장은 “수도권 공공임대 입주민과 연대 투쟁을 벌여온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측면도 있다”며 “전국 공공임대 연합회 관계자들도 현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선택은 개별 세대 몫”이라고 설명했다.

#. 첫마을 나머지 단지 등 전국 공공임대, 순조로운 절차 밟을까? 

1060세대에 달하는 첫마을 나머지 단지 등 전국 공공임대 아파트 5만여세대가 첫마을 4단지와 같이 순조로운 절차를 밟을 지는 미지수다.

첫마을 2단지는 다음 주 중 공청회를 갖을 예정이고, 3단지와 6단지는 분양추진위원회 구성과 함께 오는 18일경 같은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5단지는 현재 분양추진위원회에 선뜻 나서는 이가 없어 추이를 봐야 한다.

비알티 라인의 첫마을 2·3단지는 최근 3억 2000만원~5억원 초반까지 실거래된 만큼, 현행 분양전환가 산정 기준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소지도 있다.

수도권이 중심이 된 전국 LH 공공임대 입주자들의 투쟁 전선이 향후 어떻게 형성될 지도 주목된다. 첫마을 조기 분양전환 사례가 이들의 투쟁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 LH 공공임대 연합회는 지난 13일에도 서울 광화문에서 제14차 총궐기 집회를 개최했다. 민간 뿐만 아니라 공공임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김동령 전국 연합회장은 "조기 분양은 연합회가 수년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항이다. 첫마을은 조기 분양을 처음 일궈낸 점에서 의미를 가져다준다"며 "다만 분양전환가 합의는 판교에서 먼저 진행될 예정이다. 감정평가 등에 대한 합의란 험로가 여전하다. 함께 연대해 풀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