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감의 의미

도원문화제 백일장 - 고등부 금상작

2012-05-24     박철우(세종고등학교 1학년)

소란스럽고 왁자지껄한 곳에서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었던 적이 있었다. 시장, 바겐세일 하는 백화점, 뮤지컬에도 가 보았다. 그 어떤 감정도,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인 것마냥 느껴졌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풀고, 강의를 듣고, 밤늦게까지 숙제를 했다. 뒤를 바라볼 여유 따윈 없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항상 성공하려면 이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해. 아직 멀었어. 너보다 더 많이 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한 말들로 나를 더 채찍질했다.

나는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리저리 학원에 끌려 다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오직 왱왱거리기만 하는 그러한 말들은 점점 나를 옭아매었다. 나는 계속해서 가라앉기만 했다. 그리고 다신 올라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나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진정으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미약한 날개 짓은 폭풍처럼 사나운 다그침에 그 날개 짓하려는 의지마저 잃고 말았다.

아마도 겨울이 다 끝나갈 무렵이었던 것 같다. 또 다른 학원으로 나를 실어 나르는 학원차 안에서 나는 벚꽃 봉오리를 보았다. 그들은 잎도 하나 나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한아름 꽃봉오리를 달고 있었다. 메마른 나의 감정에 미세한 금이 갔다.

그것은 마치 새까만 어둠 속의 불티와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이 미칠 것 같은 이질감을 알고자 온 힘을 다해 돌리던 쳇바퀴에서 뛰어나왔다. 그 길로 야트막한 동네 야산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마치 뇌에 전류가 짜르르 흐른 것과 같은 그러한 감정이었다. 사람들이 자주 지나 다니지 않아 길이 아니었던 곳을 들어갔는데, 발 디딜 곳이 없었다. 발밑의 색은 오직 푸른색뿐이었다. 차마 밟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푸르건만, 나는 빛바랜 사진 같이 계속해서 내 색을 잃어가기만 했다. 나는 그 푸른 커튼에 몸을 뉘었다. 조금이라도 그들의 색이 나에게 묻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조금이라도 나라는 존재에 색을 묻히기 위해.
줄곧 새싹들 위에 누워있었다. 잠을 잔 것 같기도 하고, 그 냄새나 싱그러움은 계속 느껴졌으므로 아마 비몽사몽 같은 상태였던 것 같다. 새싹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나가는 순간 한껏 묻어있는 색들이 빠져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
용기를 내 집으로 돌아가니 예상대로 집은 발칵 뒤집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의 날개 짓은 더 이상 미약하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만의, 벗어나기 위해서였다면 그곳에 다녀온 뒤의 나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닌, 바꾸기 위해서 하는 날개 짓이었다. 그리고 변화를 향한 날개 짓은 폭풍의 벽이 앞을 가로 막아도, 설사 남들과는 그 목적지가 다르더라도 망설이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을 가로막는 벽이 있다면 피하지 않고 돌진하며, 남들과 다른 삶이, 다른 결과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도 나는 그 날개 짓을 멈출 생각은 없다.

지금도 나는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날개 짓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마음속에는 일말의 후회도 고민도 없다.

왜냐하면 난 나의 삶에 솔직하니까. 난 더 이상 내 꿈을 외면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