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앞 향나무

2012-05-16     최광식

교실 앞 향나무

최 광
봄이 오면 향나무는 기지개를 켠다.
삐죽삐죽 가지를 내밀 때마다
가위질을 당한다.
잘 다듬어진 꿈만 꿈이라고
꿈을 꾼만큼 잘려나간다.
함부로 욕망을 뻗거나
제멋대로 꾸는 꿈은 금단이 된 교실
전통정원에는 나무에 가위질을 하지 않는다는데
사철 푸른 상록수만 심지 않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상록수 활엽수를 골고루 심는다는데
교실 앞에 잘 다듬어진 향나무
황사 바람에 심하게 부대끼면서
네 꿈을 펼쳐라
현관 이마에 붙은 플래카드와 나란히 서 있다

학교정원에는 무슨 약속이나 한 듯 잘 다듬어진 향나무를 심는다.
언젠가 ‘선비가 거닐던 조선의 정원’이라는 책을 보다가, 그 향나무가 일제의 잔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게 내 눈에는 경직된 우리 교육의 상징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