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공임대 입주자 ‘대정부 투쟁’, 국토교통부에 직격탄

14일 정부세종청사 7동 뒤편 거리서 규탄 집회…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 보장 촉구

2019-05-14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국토교통부’가 자리잡고 있는 세종시.

전국 LH 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가 14일 세종시 한복판에서 대정부 투쟁의 고삐를 바짝 끌어올렸다.

7동 국토교통부 청사 뒤편 도로에서 진행된 집회에는 세종시연합회를 비롯한 경기도 수원과 판교, 성남, 고양, 전남 무안 등 전국 공공임대 주택 거주자들이 모여 들었다. 평일 낮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400여명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동안 투쟁은 10년 임대기간을 목전에 둔 수도권 공공임대 주민들을 중심으로 광화문에서 진행되다, 세종시로 처음 자리를 옮겼다. 제도 개선의 열쇠를 쥔 국토부가 세종청사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보다 직접적인 현장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연합회는 이날 다시금 수년간 산적된 LH 공공임대 제도의 모순을 환기했다.

#. 무주택 서민 상대의 ‘대국민 사기극’, 10년 공공임대 

공공임대는 공공주택특별법 제2조상 ‘임대 후 분양전환을 목적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을 말한다. 국민임대처럼 소득 제한 규정은 없으나, 공공분양처럼 무주택 서민만이 청약 가능한 아파트다.

청약저축통장 효력은 당첨과 동시에 소멸되고, 당첨자는 재당첨 제한 대상에 합류한다. 국민임대와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서 비롯한다.

대신 특권(?)은 10년 후 우선 분양전환 자격으로 주어진다.

전제는 분명히 있다. 공급면적에 따라 최저 3000~4000만원에서 최대 7000~8000만원 대 보증금을 낸 뒤, 10년간 매월 20~50만원 대 임대료,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토지계획세 등을 꼬박꼬박 납부해야한다.

LH는 임대 10년간 주인 행세를 톡톡히 하고, 분양전환 시점에서도 갑의 지위를 얻는다. 판교 59㎡ 기준으로 정부 주택기금 1억 2000만원까지 지원받았다.

시세 차익 역시 고스란히 LH 몫으로 넘겨받는다. 올해 10년차를 맞이하는 판교 59㎡는 그 사이 3.3㎡당 2500~3000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경기 하남 신도시에 최근 공급된 위례포레자이가 3.3㎡당 1820만원인 점을 감안해도, 이해하기 힘든 수치다.

그러면서 해마다 전국 곳곳의 공공임대주택 수요자들을 감언이설로 현혹한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공급된 세종시 첫마을 공공임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LH는 ‘10년 후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 놓치면 손해다.’ ‘오히려 일반 분양 물건보다 낫다’는 말로 입주민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사했다.

하지만 판교 사례에서 확인하듯, 2~3년 뒤 세종시에 찾아올 미래는 암울하다. 해당 년도 감정평가(2인)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는 만큼, 최초 주택가격에서 2~3배 상승이 불가할 것이란 에측이 나온다.

판교와 같이 분양전환을 눈 앞에 두지 않은 입주민들은 피부에 와닿기 힘든 수치다. 10년 후면 내 집이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냉혹한 현실로 다가온다.

결국 현재 입주민들이 감당하지 못한 분양전환 물량들은 허울좋은 우선권과 함께 돈 많은 이들이나 임대사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한 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도 분양전환 시점의 문제점을 인식,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미봉책이 되고 있다. 우선 분양전환 대신 10년 이후 4년간 임대기간 연장과 대출 이율 혜택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입주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4년 연기하라는 선고로 다가왔다. 4년을 또 다시 버텨도 감정평가로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은 변함이 없다. 우선 분양전환권은 되레 잃고 만다.

연합회 관계자는 “국토부와 LH는 공공임대 정책과 관련, 거짓말 시리즈로 일관하고 있다”며 “2009년 10년 공공임대로는 처음 공급된 판교 사례부터 “10년 후 분양받기 어렵다”는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 입주민들에게 기대감만 키운 채,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 민간 5·10년 공공임대 ‘승’ > LH 10년 공공임대 ‘패’  

민간 5년 공공임대부터 보면, 세종시 아름동 범지기마을 11단지 84㎡는 지난해부터 2억 3000~6000만원 사이에서 분양전환되고 있다. 고운동 중흥 프라디움 같은 면적도 유사하다.

민간 10년 공공임대에선 3생활권 한양수자인와이즈시티 59㎡가 1억 9560만원에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있다. 반곡동(4-2생활권) 수루배마을 5단지 84㎡는 최대 3억 5000만원 선에서 일찌감치 분양전환 계약을 끝마쳤다.

판교 신도시 모아미래도 84㎡는 4억 1500만원, 59㎡는 2억 8700만원, 인천도시공사의 송도신도시 84㎡는 2억 9000만원에 분양전환됐다.

민간이 이러한데, 공공은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무주택 입주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분양전환 시점 가격은 민간보다 더욱 높여 팔아먹을 속셈으로 읽힌다. 만성 적자 LH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란 의견도 있으나, 하필 이윤의 대상이 무주택 서민이란 점이 뼈아프다.

#.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 VS LH 경제적 이익

정부가,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LH의 경제적 이익에 무게를 둔 정책과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민간 공공임대와 같은 기준으로 LH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산정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 없다.

연합회가 로펌 2곳에 자문을 구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자유한국당 윤종필, 바른미래당 권은희 국회의원이 각각 발의한 공공임대 개선 관련 법안들로 개정해도, 위헌이 아니란 유권 해석이 나왔다.

결국 문제해결의 키는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의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 전국 LH 공공임대연합회, 이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평일 낮시간대 세종시를 찾은 전국의 입주민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결사투쟁의 의지가 엿보였다. 이날 투쟁도 오후 5시반까지 이어졌다. 일사분란한 단결력도 선보였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 등 정부를 향한 핵심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국토부의 4년 임대 연장 등 우선분양전환권 박탈법 발의 즉각 중단 ▲여·야 3당이 각각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 검토 ▲3만 3000호의 분양전환 결과 자료 공개 ▲분양가상한제에 준하는 세부 기준 논의를 위한 협의체(연합회-국회-국토부) 구성 ▲LH의 적정 이윤 등을 보장하는 합리적 분양전환가격 기준 마련 등이 주된 골자다.

이날 연합회는 국토부 고위 공직자와 면담을 갖고,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