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광의 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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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최광식

파 도
최 광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
우리들 가슴 근처 솔은 살을 적시려고
밤새도록 멈추지 않는 지극한 정성
어찌나 몸을 사리지 않았던지 시퍼런 멍으로 뒤척인다.
그래서 우리가 저마다 하나씩 갖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서로가 등을 돌리고 있는 가슴께까지
파도는 도달한다.
지구의 모든 도시들이 저마다 성을 쌓고
아득바득 아비규환을 거래하는 신자유시장을 향해서도
집채만 하게 몸을 던진다 부서진다.
또한, 서로의 가슴을 향해 겨눈 남북한의 방아쇠마저
살짝살짝 녹슬게 하려고
하다못해,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의 마른 등을 적시려고
철썩철썩

수년 전에 강원도 연극제에 초대받아 강릉에서 2박3일을 머문 적이 있었다. 바로 바다가 내다보이는 펜션에서 아침저녁으로 파도를 맞이했다. 파도는 겹겹의 메시지를 안고 내게 들이닥쳤다. 절망과 희망의 이중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