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는 규모를 갖춘 영화전용시설에서

[세종시 영화문화 상상]

2016-05-26     송길룡

축구선수들과 축구팬들은 종합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하고 즐기기보다는 축구전용경기장에서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축구전용경기장이라야 축구경기와 관전에 적합한 시설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고 선수와 팬들이 몰입할 수 있는 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아닌 게 아니라 이미 상식이다. 2002년 월드컵 개최의 열광을 경험한 한국사회에서 축구는 규모와 기능이 최적으로 맞추어진 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영화관객 천만 시대의 공공부문 영화상영시설은 어떠한가? 여전히 크고 작은 무대예술공연장으로 활용되는 문예회관만이 무대 뒷편 스크린 하나로 옹색하게영화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처지다.

올해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www.macc.go.kr)이 발표한 ‘「세종시 아트센터 건립」 본격적으로 속도 낸다’(2012.3.26)라는 제하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애초의 건립 예정이던 복합도시극장이 아트센터의 형태로 건립되며,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에 공연장 객석 총 2천석 규모로 예정되어 있고, 올해 설계 단계에서 공모와 착수가 이루어지면서 2015년 개관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된다.

세종아트센터는 사실상 공연중심의 문화시설로서 꾸며지게 되는데 1,500석 규모의 오페라 전문 대공연장과 500석 규모의 연극, 현대무용 등 다목적 소공연장이 핵심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여기에 부수적인 시설로서 전시실과 미술관 그리고 영상관이 딸려있다. 여기서의 영상관은 영화상영과 제작을 아우르도록 하여 시민들의 영화관람과 영상산업 종사자들의 창작지원 기능으로 활용될 것이라 한다. 물론 이러한 복합적인 문화시설의 건립을 마다할 일은 아니다. 그런 시설의 한 부분에서 영화문화의 진작을 희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무척 반겨야 할 일이다.

하지만 세종아트센터의 그와 같은 시설구성을 보면 시민들의 여가활동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문화영역에 대한 배려는 규모가 커져 있을 뿐 여전히 문예회관에서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특성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행정중심복합도시 복합도시극장 건립 기본방안 수립 및 타당성 검토’라는 2009년 연구용역보고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세종아트센터를 세종문예회관으로 이름바꾸어 생각해서 안될 게 무엇이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 영화시설은 그저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폭넓고 깊이있는 영화예술 관련자료의 뒷받침 없이 이루어지는 영화상영관 운영은 아무리 첨단기기를 갖춘다고 해도 수준높은 문화창달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서관 없는 대학교를 상상해보라. 같은 이치다.

고금을 넘나드는 영화자료관으로서의 시네마테크 건립이 멀리 미래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멀리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 이미 부산에서는 공공부문의 영화문화를 위해 복합공연장의 부속시설 형태를 벗어나서 영화전용시설을 건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2011년 10월 부산시가 건립한 영화의 전당(www.dureraum.org)이 그것이다. 4,000석 규모의 야외상영관, 800석, 400석의 중규모 상영관 2관, 200석 규모의 소상영관, 이와 아울러 시네마테크로 운영되는 200석 규모의 고전영화전용상영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1999년 설립되어 2011년 영화의 전당으로 이전한 시네마테크부산은 그러한 전용상영관과 함께 필름아카이브라 불리는 대규모 자료실까지 갖추고 있다. 이 자료실은 해당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현재 총 22,700종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영상자료원 부산분원이 설치되어 한국고전영화와 독립영화 VOD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대규모 종합문예회관의 기능이 예정된 세종아트센터와는 별도로 하고, 미래 인구 50만의 세종시는 부산시의 영화의 전당과 같은 정도의 공공부문 영화전용시설도 없이 과연 시대를 앞서가는 명품도시라 할 수 있을까? 세종시민들은 과연 어디에서 풍성하고 다양하고 깊이있는 영화문화를 향유할 것인가? 그것은 과연 누구의 선택에 달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