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의정비 인상률’ 국민청원, 무서운 초반 페이스

일평균 220여명 동참, 1만명 넘긴 국회 분원 청원 앞질러… 공청회 48명 찬성 근거 삼은 인상률에 분노

2018-12-28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초반 기세로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민 청원(이하 의사당 청원)보다 더욱 뜨거운 양상이다.

지난 25일 오전 시작된 ‘세종시의원 의정비 월정수당 47% 인상 반대’ 청원(이하 의정비 청원)을 두고 하는 얘기다. 민의에 반한 의사결정이 예상치못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28일 오전 9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www1.president.go.kr/petitions/478337)를 보면, 의정비 청원은 지난 25일 오전 시작된 후 3일 만에 669명을 돌파했다. 일평균 약 223명이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 세종의사당 설치 청원을 뛰어넘는 초기 페이스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의 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시작된 의사당 청원은 20일간 3600명, 즉 일평균 180명에 그쳤다. 물론 남은 10일간 뒷심이 발동해 최종 1만1103명을 돌파했다. 설치 당위성과 함께 행정수도 완성 시민대책위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 덕분이다. 

의정비 청원이 내년 1월 24일 마감 시점까지 이 수치를 갱신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공감대 확산은 쉬이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시민들의 자발적 동참이 꾸준하고, 정의당과 세종참여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 및 정치권의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어서다. 시민사회는 인상 자체에 반대하기 보다 민심을 이반한 인상폭에 분노하고 있다.

4년간 동결이 이뤄졌다고 해도, 인구 188만여명의 전남(5198만원)과 154만여명의 강원도(5188만원) 의정비를 뛰어넘는 5328만원 책정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의정비 심의위가 제출한 현재 안으로 의회를 통과하면, 올해보다 1128만원(47%) 인상되는 셈이다.

상식선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의견수렴 방식과 의사결정 과정도 공분을 키우고 있다. 민선 3대 시정 캐치프레이즈인 ‘시민주권특별시’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공청회 현장 설문조사(75명)를 토대로 인상률을 최종 확정한 데 대한 문제제기다. 실제 의정비 심의위원회(위원 10명)는 지난 24일 최종 5차 회의에서 “공청회 참석자 설문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론을 도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찰관 입회 하에 분석된 이날 표심은 ▲적정 42명(56%) ▲추가 인상 6명(8%) ▲동결 내지 점진적 인상 27명(36%)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심의위 안에 찬성은 64%에 달한다.

시민들은 “찬성률 64%가 과연 인구 31만8000여명 민의를 객관화할 수 있겠는가”를 반문하고 있다. 공청회 찬성 47명보다 14배 많은 669명 반대 청원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냐는 뜻이다. 

이와 관련, 세종참여연대는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심의위는) 공청회 현장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정비 현실화 의견을 모았다”며 “하지만 설문 응답자가 75명에 한정되고, 기관 주최 공청회 참석자가 편향적일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하는 등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회의록이 들쭉날쭉한 주기로 시 홈페이지 공고란에 공개된 점도 짜여진 각본이란 의혹을 샀다. 1차(1일 경과)부터 2차(4일 경과), 3차(7일), 4차(17일)를 거치면서 공개 시점은 점점 늦춰졌다. 공청회(6일)와 5차(3일) 회의록 공개도 유사 패턴을 보였다.

심의위가 지난 3일 가이드라인으로 결정한 ‘월정수당 47%(1138만원) 인상률’도 20일 공청회 당일에야 공개됐다.

참여연대는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공청회 개최 일정도 충분히 홍보되지 않았다”며 “평일 일과(오후 2시) 시간에 진행된 공청회에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란 의문도 남는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 같은 일련의 문제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터져 나온 셈이다. 그동안 주로 지역 발전 현안이 청원 주제로 등장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원자는 “47% 인상률은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주민 여론조사도 없이 오로지 공청회에서 결정된 그들만의 셀프인상”이라며 “주민조사를 다시 진행해 시민들의 생각을 반영해달라. 이런 행정이야말로 시민들은 적폐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제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세요”란 시민들의 주인의식과 시정 참여열기가 이 같은 폭발적 반응을 가져온 것으로 해석된다. 

민선 3대 들어 야심차게 도입한 ‘시민 투표 세종의 뜻’ 어플이 이번 현안에도 적극 활용됐다면 어떠했을까란 의견도 나온다. 이번 의정비 심의 과정에선 온라인 의견수렴 과정이 아예 배제됐다.

별도 의견수렴 홈페이지(www.sejongcentralpark.or.kr)와 ‘시민투표 세종의 뜻’이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지역별 순회 공청회(3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 중인 ‘중앙공원 2단계 조성안’과 대비되고 있다.

금개구리 보전면적(21만㎡)을 제외한 반쪽자리 의견수렴이란 평가절하도 있으나, 세종시 출범 이후 가장 다각적인 의견 창구를 열었다는 점에선 고무적 반응을 얻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과 세종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계 기관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약 2개월간 이 같은 의견수렴 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시민투표 세종의 뜻 어플상에선 ▲2단계 조성안 도입시설 제안(8월 14일~27일) ‘1828명 참여, 512개 댓글’ ▲후속 선호도 투표(8월 31일~9월 9일) ‘1524명 참여, 167개 댓글’ 등 유례를 찾기 힘든 반응이 나타났다. 중복 의견을 제외한 홈페이지 내 비공개 제안들도 많았다. 

이는 청와대의 국민청원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수치다.

청와대는 최초 청원 이후 1개월 내 20만명 이상이 동참하면,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도록 했다.

세종시 인구 31만8664명으로 환산하면 1275명 규모다. 세종의 뜻 어플상 '중앙공원' 의견은 2주가 채 안된 시점에 모두 1500여명을 넘어섰다. 최소한 참여율만 놓고 보면, 국민청원 이상의 열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의정비 관련 청원도 현재 추세라면, 1275명을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참여연대는 “대상 및 지역, 성별과 연령을 고려한 여론조사 방식을 택했어야 온당했다”며 “세종시가 시민주권특별자치시를 표방하는 만큼, 의정비 인상에 대한 폭 넓은 위윈회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로 문제해결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의정비 대폭 인상이 최근 도시재생 뉴딜사업 예산 전액 삭감과 무상교육 지원 혼선으로 고조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란 주장이다.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반대 운동에 이어 정의당, 세종참여연대가 이에 가세하면서, 세종시의회 의정비 운명은 다시금 안개 속에 빠져들 전망이다.

심의위는 오는 31일까지 이춘희 세종시장과 서금택 시의회의장에게 결과를 통보하고, 시는 내년 초 조례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 후속 절차를 밟게 된다.

시의회는 내년 1월 14일 개회 예정인 임시회에서 관련 조례안 통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행법상 시의회는 5328만원으로 제시된 의정비를 일부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5328만원 이내에서 동결 또는 삭감 조치가 가능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심의위가 47% 인상안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내년 의정비가 변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시민들은 의사결정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시의회가 민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