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름동 11단지', 임대 사업자 돈벌이 수단 전락

국토부 권고 무시하는 임대사업자, 분양 전환권 확보에 혈안… 2년 새 수십억원 수익 예상

2018-12-26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민간 임대 사업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공공임대 5년 아파트.’

세종시 아름동 범지기마을 11단지는 이 같은 오명을 안은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무주택 서민형 임대주택이란 허울좋은 가면은 눈 앞의 투자수익 앞에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26일 세종시에 따르면, 아름동 범지기마을 11단지는 최근 5년 임대 후 분양전환 가격 확정 절차를 밟고 있다. 2014년 10월 입주가 시작된 후, 5년 계약기간이 끝나는 내년 9월경 분양전환 시점을 앞두고 있어서다.

분양전환은 무주택 서민들이 입주 초기 보증금에다 월 임대료를 정기 납입하면 얻을 수 있는 우선 분양권 자격이다. 최초 공급가격과 전환 시점 감정가를 더하고, 이를 둘로 나누는 셈법으로 전환 가격을 산정한다.

5년 공공임대 문제는 바로 우선 분양권 자격 대상과 전환가격에서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하고 있는 양적인 공급확대가 정답이 아님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질적 제도정비가 뒤따르지 않은 정부 정책 실패의 전형이다.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는 장밋빛 미래에 불과하고, 임대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공공임대 정책의 허와 실을 아름동 범지기마을 11단지를 통해 다시 분석해봤다.

11단지 분양전환 가격은 얼마?

11단지 587세대는 지난 2012년 7월 세종시 출범 직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공급됐다. 

당시 입주 조건을 보면, 84㎡ A타입(491세대)은 표준계약 기준 보증금 2181만 6000원에 월 임대료 57만원, B타입(96세대)은 보증금 2208만 4000원에 월 임대료 57만원이다. 당시 주택가격은 각각 1억 9908만 5682원, 2억 42만 1232원으로 제시됐다. 

이 점만 놓고 보면,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전초기지로써 손색없는 조건으로 비춰진다. 이상 조짐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최초 주택을 공급한 영무건설이 정기산업이란 임대사업자에게 5년 공공임대 물량을 슬그머니 매각했다. 당초 2억 6000여만원으로 예상한 확정 분양가가 예상치보다 낮아질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게 입주자들의 합리적 의심이다. 정기산업은 영무로부터 세대당 2억 5500여만원에 587세대를 인수했다.

입주자들의 의심은 현실이 됐다. 세종시가 최근 산정한 분양전환 가격은 예상보다 더욱 낮게 책정됐다. 내년 9월 전환 시점 기준으로 ▲A타입 2억 3550만원 ▲B타입 2억 3860만원이다. 지난 6년여간 3500여만원 오른 수준이다.

시세차익 수단으로 안성맞춤, 공급취지 퇴색 

이는 분양 전환 자격을 얻은 입주자들에겐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아름동 주변 84㎡ 시세보다 1억원 안팎에서 낮기 때문이다. 지난 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 결과, 주변 시세는 최소 3억 2700만원에서 최대 3억 7000만원에 형성됐다.

정기산업과 입주자간 분양 전환 합의가 이뤄진 규모는 90세대이고, 55세대에 대한 추가 승인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시는 합계 145세대를 포함한 200세대 안팎이 분양 전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양 전환 자격은 지난 2015년 10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계약 당시 본인만 무주택’에서 ‘전환 시점 기준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이란 조건을 충족해야 부여된다.

이제 시선은 전환 자격 상실이 예상되는 나머지 387세대 분양권에 쏠린다. 이 물량은 영무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받은 '정기산업'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전망이다.  

물론 분양 전환이 확정된 약 200세대에 대해선 손실이 불가피하다. 세대별 약 2000만원 손실 기준으로 40억원 규모다. 387세대에서 최대 수익을 올려야 한다. 387세대가 분양 전환 자격을 최종 상실할 경우를 전제로 한다.

남은 물량을 또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인수가격 이상으로 매도하거나 정식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이익금은 40억원 가까운 손실을 제외하고 세대당 최소 3000만원 수익을 가정할 때,  70억원을 넘어선다. 2년 사이 이 같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건 '대박'에 가깝다.

현재 분양 전환 자격을 상실한 입주자들이 지난 1년간 쉼없는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이다. 세대별 몫이 현행 법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임대사업자에게 가로채일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012년 첫 계약과 2014년 입주 전·후 재계약 세대들은 대법원 판례(2015년 10월)가 없었다면, 현재 시점에서 분양 전환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어찌보면 이들에게 정부가 합법적으로 부여한 분양권이 엉뚱하게도 임대사업자 배를 불리우는 수단으로 전락한 양상이다.

공공임대 입주자 A씨는 “분양 전환은 무주택 서민들의 5년 후 내 집 마련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서민들의 자산가치를 일부 확대해주는 효과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이 제도의 허점을 파고 들어 막대한 차익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름다운 사회적 동행’, 가능한 시나리오?

시는 내년 9월 분양 전환 시점 전까지 세대원이 보유한 주택을 매각한 세대에 한해 ‘분양전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조율에 나서고 있다. 본인만 무주택이면 계약이 가능했던 정부 정책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에서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5월 유권해석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내려보낸 바 있다. 공문 발신 전 입주자 모집공고로 계약한 임차인에 한해 분양전환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았다.

법적 구속력은 없다. 정기산업이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분양 전환 자격에 전향적 입장을 취할 이유가 없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시 입장에선 최대한 많은 입주자들이 분양전환 혜택을 봤으면 한다”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실제 살고 있는 분들에 대해선 (세대원 소유 주택 매각을 조건으로) 분양 자격을 최대한 살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 실거주자 바꿔치기 등의 편법으로 입주자격을 유지해온 일부 세대는 제외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사회적 동행’은 현실 경제에선 사용 불가한 시나리오로 굳어지고 있다. 정기산업의 이 같은 행태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장치도 사실상 없다. 

1년여간 지속된 입주자와 정기산업간 줄다리기는 결국 민사 소송으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 차례는 고운동 가락마을 6,7단지 

같은 사례와 분쟁은 내년 상반기까지 고운동 가락마을 6,7단지(중흥프라디움)와 도담동 도램마을 13단지(중흥그린카운티)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이미 올 하반기부터 입주자들의 거센 반발이 현실화됐다.

6,7단지 주민들은 오는 28일 시청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을 만나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현실 문제에 직면한 입주자들을 떠나 국토교통부와 세종시 등 관계기관의 모든 시선이 정기산업과 중흥건설의 전향적 입장 전환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종시에 진출한 건설사들이 자신들의 배만 불린 채, 사회적 공헌이나 기여에 나서는 경우가 사실상 전무하다”며 “공공임대주택의 최초 공급 취지가 퇴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