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공임대주택’ 분쟁, 사실상 정부가 '방기'

‘분양전환 시기·자격·산정기준’ 논란 눈덩이 확산… 인기 시들, 일부 투자자들 먹잇감 전락

2018-11-26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5년 또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의 허와 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실상 이를 방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건설사가 공급 중인 5년 공공임대는 최근 분양전환 시기와 분양전환 자격에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10년 공공임대는 분양전환 시점 가격 산정방식에서 입주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허울뿐인 서민주택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입주자격이 대폭 완화되는 무순위(4순위) 청약은 적잖은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주소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곳이 바로 세종시다.

5년 공공임대부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해에는 도담동 그린카운티 등 일부 주택단지에서 분양전환 시기 논쟁이 빚어졌다. 현행 5년 기준의 분양전환 시점이 입주자와 건설사 합의에 따라 2.5년으로 단축될 수 있는 여지 때문이다.

올해 들어선 아름동 영무예다음과 고운동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6·7단지가 뜨거운 감자다. 무순위로 입주한 영무예다음 약 200세대, 프라디움 최대 400세대가 분양전환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계약 당시에는 본인 외 세대원 전원 무주택 기준이 없었으나, 2015년 9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급변한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건설사는 판례를 들어 이들에게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계약 당사자들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자격 유예)으로 맞서고 있다.

다음 순위 논란은 내년쯤 도담동 그린카운티와 종촌동 M7블록 세경건설 공공임대 564세대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정부가 현실성 없는 공공임대주택 분양을 늘려놓은 데 더해, 애꿎은 입주자들만 건설사와 분양전환 자격을 두고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는 배경이다.

LH 공공임대는 전국적으로도 뜨거운 이슈다.

세종시를 포함한 대부분 공공임대 입주자들은 ‘시세의 90% 수준인 보증금과 임대료 조건’ ‘10년 후 미래가치 상승' '내집 마련을 위한 디딤돌’ 등 장밋빛 꿈을 꾸며 둥지를 틀었다.

당첨 시 향후 3년간 다른 분양주택 입주자 선정이 불가능하고, 5년간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의 1순위 청약이 안되는 제약사항을 감수했다.

현실은 달랐다. 세종시의 경우, 비록 신도시 특수성이 있다고는 하나 주변 민간 아파트 전·월세 조건이 더욱 유리한 곳이 많았다. 각종 혜택이 부여되는 신혼부부는 더욱 그러했다.

10년 뒤 다가온 꿈은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최초 주택가격과 5년 후 감정가격을 더해 둘로 나누는 5년 공공임대와 달리, 10년 후 2인의 감정가를 1/2하는 10년 공공임대의 시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다른 아파트 청약을 포기하고 기다린 분양전환 우선 자격은 또 다른 포기로 이어졌다. 2~3배 치솟은 수도권의 경우 감당 자체가 불가능했다.

일각에선 무순위로 들어온 세대들이나 투자목적 입주자들이 앓는 소리를 하며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로 폄하하고 있으나, 입주자 전반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내 집 마련’ 그 하나만 바라보고 기다려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세종시 공공임대 입주자격은 ▲토지+건물 등 부동산 2억 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7만원 이하다. 무순위는 만 19세 이상 무주택 세대구성원으로서 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해당하고, 과거 당첨사실과 무관하게 청약 가능하다.  

세종시 최초인 한솔동 '첫마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은 2021년부터 이같은 상황과 조우한다. 공공임대의 가면이 점점 벗겨지면서, 인기도 더욱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세종시에서 미분양 물량은 공공임대뿐이다. ▲첫마을(2011년~2012년 1362세대 입주) 잔여세대 모집 3회, 예비입주자 21회 ▲새뜸마을(2017년 9월 1164세대) 잔여세대 모집 3회 ▲대평동 공공임대(2019년 1월 1438세대) 잔여세대 모집 2회 ▲다정동 공공임대(2019년 9월 1080세대) 잔여세대 모집 3회 등이 그 사례다.

잔여세대 모집 시에는 청약 조건이 완화되다보니, 공공임대주택 취지가 퇴색되는 악순환도 가져오고 있다. 잔여세대 청약은 입주자저축 가입과 과거 당첨 사실, 당해주택건설지역 거주, 소득기준 및 자산기준 충족 여부를 묻지 않는다.

공공임대 주택 입주자들은 한결같이 5년 공공임대와 같은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약속한 부분이다.

이 와중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LH는 새 정부 정책에 따라 내년 4생활권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준비 중이다. 산적한 문제해결 없이 눈에 보이는 양적 확대 기조는 입주자들 또는 예정자들의 또 다른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세종시 공공임대 입주자 A씨는 “정부와 세종시가 왜 공공임대 현실 문제 개선에 소극적인지 모르겠다”며 “자꾸 투자자들이 부추기는 목소리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투자자들이 유입되는 무순위 청약 경로는 정부와 LH가 방기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 같은 입주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와 국토교통부, LH 어느 한 곳에서도 뾰쪽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