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유치전, ‘거대기업 VS 어진동 상공인’ 맞불

내년 2월 이전 앞둔 행안부, KT&G 건축물 이전 무게… 어진동 1000여명 상공인 ‘상생’ 요구

2018-11-14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최근 윤곽을 드러낸 정부세종 신청사 완공까지 3년여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이미 세종시 이전을 확정했거나 이전 대상에 오른 정부부처는 민간 건물로 임시 이전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 결과 민간 건물주들 사이에선 ‘정부부처 모시기’ 전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행정안전부 유치전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정부부처 이전 고시에 따라 세종시 이전을 확정한 뒤, 내년 2월 1500명 규모 이전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어진동 파이낸스센터빌딩이 임시 입지 중 하나로 거론됐고, 올 들어선 어진동 KT&G 소유의 방축천변 P3블록 상업건축물이 유력하게 급부상했다.

공직사회는 전반적으로 비알티 접근성 등을 감안할 때, KT&G 건물로 임시 이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행안부는 아직 이전 대상지를 확정 발표하거나 계약을 끝마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 내부 공문상으로는 KT&G 건물 입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달 중 계약을 끝마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재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와 SM(민간)빌딩에 나눠 들어가있는 해양경찰청의 인천 컴백이 마무리되는 25일 전·후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M빌딩(3~4층, 7~8층)에 입주해있는 행안부 소속 재난안전관리본부를 감안, 행안부 조직이 KT&G 건물과 SM빌딩에 분산 배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이 전개되면서, 내심 행안부 입주를 기대하던 어진동 파이낸스센터(I~III) 및 애비뉴힐 상가 입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보문고 등이 입점한 파이낸스센터(I) 오피스 108개 호실 ▲유니클로 입점을 확정한 파이낸스센터(II) 오피스 171개 호실 ▲272개 호실이 있는 파이낸스센터(III) 등의 공실 장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스센터(I) 오피스 108개 호실 주인들은 정부부처 입점만을 2년째 기다려왔다. 시행사와 분양업자의 수익률만 믿고 지낸 세월에 소유자 1000여명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인근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I~II) 소유자들도 행안부 등의 이전에 따라 공실 오피스텔 해소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상가 소유주 A씨는 “거대기업 KT&G 건축물보다 비알티 접근성 등에서 다소 떨어지지만 임대료 조건이 다르지 않다. 오히려 내부 인테리어 마무리와 주변 식당가, 호수공원 및 세종도서관 접근성 등에서 장점도 많다”며 “정부가 거대 기업 대신 상공인과 상생을 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가 주인들의 바람과 달리 행안부가 파이낸스센터 빌딩으로 입지를 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고려 가능한 카드는 단 한가지다. 전국 최상위 수준의 상가 공실률을 감안, 거대 기업 건축물보다 개인 소유주들과 상생 관점에서 손을 잡는 역 선택만 남아 있다.

행안부 입지가 확정되더라도, 유치전은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00여명 이전이 예정돼 있고, 여성가족부와 감사원 등의 추가 이전도 검토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