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울림 진한 여운 남긴 ‘윤동주음악회’

11일 ‘세종에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윤동주’ 시민들에게 큰 감동 선사

2018-10-12     한지혜 기자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짧지만 울림은 컸다. 대한민국 민족시인 윤동주의 영혼이 ‘한글 도시’ 세종에서 깨어났다.

김소월의 시(詩) 초혼을 시작으로 윤동주의 시와 동시(童詩) 12편이 오케스트라 선율과 가곡, 어린이 합창, 무용, 연극 등과 쉴새 없이 어우러졌다. 60분이 채 되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있었을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11일 오후 7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세종포스트와 함께 하는 음악회 ‘세종에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윤동주’는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에게 감동의 50분을 선사했다.

이날 음악회에는 윤동주를 좋아하는 남녀노소 세종시민 500여 명이 선착순 무료로 입장했다.

음악회의 막은 ‘초혼’이 올렸다. 윤동주의 영혼을 세종에서 깨우는 의식이다.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멜로 드라마의 오에스티(OST)를 연상시키는 선율을 선보였다. 사각모, 망토 차림의 팝페라 이재갑이 두 개의 백합 꽃다발을 안은 채 열창하고, 유혜리세종무용단이 무용으로 뒤를 받쳤다. 무용수 윤혜린과 박지현이 각각의 꽃다발을 건네받아 무대 한편에 덩그러니 놓인 책상 위에 올렸다.

바리톤 양진원이 부른 ‘서시’는 기존의 작곡보다 훨씬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묵직하고 호소력 있는 부르짖음은 관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는 시인의 자조와 ‘육첩방은 남의 나라 |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쉽게 쓰여진 시’ 역시 아름다운 멜로디, 바리톤 양진원의 목소리, 오케스트라의 하모니가 완벽했다.

‘자화상’은 왜 소프라노 심민정인가를 새삼 확인시켜 줬다. 작곡 자체가 워낙 훌륭하기도 했지만, 서정적이고 강렬한 목소리가 청중의 심금을 울렸다. 시대를 고뇌하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별 헤는 밤’은 음악회의 압권이었다. 음악으로 표현하고 소화하기 난해할 수 있는 곡이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대중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됐다. 소프라노 심민정의 격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감정 조절도 기립박수를 받을만했고, 다수의 연극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이진섭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객석의 눈물을 자아냈다.

지난 4월 독일 드레스덴 세계 어린이 합창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초청된 대전시민천문대어린이합창단(단장 겸 지휘자 이미현, 안무감독 김현정)은 음악회의 완성도를 높였다.

남자 어린이 솔로로 연출된 ‘편지’는 미성이 놀라울 정도였고, 여자 어린이 듀엣이 부른 ‘조개껍질’은 시인의 순수한 영혼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어린이합창단원 60명이 무대를 꽉 채운 ‘고추밭’ ‘기왓장내외’도 ‘동시 시인 윤동주’를 새롭게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윤동주의 동시 ‘햇빛바람’ ‘오줌싸개 지도’ ‘참새’ 세 편을 메들리로 선보이자 객석에서는 감탄의 신음이 연이어 들렸다. '오줌싸개 지도'에서는 연극배우 송아람이 동주 어머니 목소리를 연기했고, 합창단의 안무와 깜찍한 멘트가 이어질 때면 관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바리톤 양진원, 남자 어린이 솔로, 소프라노 심민정, 어린이 합창이 어우러진 마지막 곡 ‘흐르는 거리’가 끝나고 무대 조명이 환하게 켜졌지만, 관객들은 쉬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바리톤 양진원이 ‘서시’를 앙코르 했다.

이번 음악회 기획・제작자인 세종포스트 이충건 편집국장은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윤동주의 시를 음악으로 들으니매우 신선하고 청량한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일색이어서 감동적이었다”며 “내년에는 음악회의 완성도를 높여 시민들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