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시대 ‘황종’의 재발견, 세종축제가 마중물?

문화재단, 6일~31일 대통령기록관서 국내 첫 전시회 개최… 어렵고 생소한 문화콘텐츠 시험 무대

2018-10-06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세종대왕 시대 ‘황종(黃鍾)’이란 낯선 문화적 용어가 세종시에 스며들고 있다.

제6회 세종축제 첫 날인 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서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진행될 ‘세종대왕과 음악, 황종’ 전시회를 통해서다. 황종은 12음률 중 가장 긴 기본음으로, 세종대왕 시대 음악가 박연이 독창적 음·악 문화를 창달하는 과정에서 정립됐다.

태풍 콩레이 여파로 세종축제 대부분 일정은 7일로 연기됐다. ‘황종’은 달랐다. 새로운 장르로 세종에서 재탄생한 생명력은 강했다. 6일 오후 3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정상적인 첫 시연이 이뤄졌다.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인 2018년, 당대 음악이 현대미술로 재조명되는 순간이었다.

조은정 전시감독(한국 근현대 미술사학회장)은 “황종은 세종대왕 시대 음악을 상징하는 언어라 표현할 수 있다”며 “한글창제와 같이 주체적 시각으로 접근한 음악적 시도다. 그 정신이 세종시에서 다시 살아 숨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출범한 세종시문화재단(대표이사 인병택)이 기획한 첫 ‘축제 행사’라는 점은 의미를 더했다. 전시회 연출은 국내 첫 시도였던 만큼, 실험 정신을 가지고 행사를 준비했다.

관람객들은 기록관 문턱에서 세종대왕 시대 ‘음·악 발자취’를 재해석한 공간과 마주한다. 기록관 1층 로비부터 ‘황종’의 세계로 초대는 시작된다.

역대 대통령과 만남의 장이 시작되는 곳에서 맞은편 전시회장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 작가들이 재창조한 ‘황종’ 작품과 만난다. 관람객에겐 다소 어렵고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는 세종대왕의 음악을 새롭게 조명했다.

▲검은아래 색달, 정 井(강서경 작가) ▲빛나는 세종 음악(강애란 작가) ▲해석된 '여민락-황종을 위한 EDM, 세상의 저편-표준화된 시점(김기라, 김형규 작가) ▲꿈을 지키다(김성복 작가) ▲여민락-218페이지(김효진 작가) ▲공간을 밝히는 소리(문준용 작가) ▲T(트리거).P(펄스).A(엠플리피케이션),  안정주 작가 ▲행동기준 평정척도(박준범 작가) ▲연향악채보(宴饗樂彩譜), 해금 정간보(조혜리 작가) ▲연습무의 연습무, 연습곡의 연습곡(오민 작가) 등 모두 10명이 각기 다른 향기를 뿜어낸다.

이번 전시회는 ‘황종’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첫 시도란 의미와 역사적 가치 조명에 초점을 맞췄다. 대한민국 역사의 자부심을 되새기고, 세종시의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이자 미래 키워드로 키워가겠다는 뜻을 담았다.

그렇다 보니 ‘대중성’과 ‘시민참여’ 가치 실현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협소한 공간과 예산 2억 5000만원이란 현실적 한계도 절감했다. 사전 시사회에 참석한 이들 대부분이 작품 이해에 어려움을 겪었고, 세종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 가치로 연결하는데 의구심을 드러냈다.

문화재단과 행사 기획자들 역시 이 점에 공감했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세상 어느 곳에서는 구현되야할 문화 콘텐츠라는 점에 이해를 구했다.

인병택 대표이사는 “‘황종’의 문화적 가치가 국내·외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 한글에 버금가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며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미래 세종시의 새로운 비전으로 승화하는게 목표다. 이제 시작점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와 광주비엔날레 등 지역 대표 문화콘텐츠로 키워갈 수 있는 마중물 소재”라며 “세종축제의 품격을 제고하는 촉매제와 행정수도 브랜드 위상을 제고하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재단은 ‘황종’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갖는 시간도 별도 마련했다. 오는 20일 오후 3시부터 오후 4시까지 까페 일마지오에서 ‘아티스트 토크’를 갖을 예정이다. 이어 오후 4시~6시까지는 EDM 공연(김기라, 김형규 작가)과 미디어 퍼포먼스(김효진 작가)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