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어두운 자화상 ‘상가 공실’, 법정 소송 비화

나성동 A 상가 ‘건설사’ VS ‘상가 분양자’, 계약해지 공방전… 과장 광고 진위 가를 1심 판결 주목

2018-08-14     이희택 기자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 최모(65·여) 씨는 남편 강모(68) 씨와 평생 충남의 한 시·군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왔다. 그런 그들에게 일생일대 위기가 찾아왔다. 강 씨가 친구 권유로 세종시 나성동 A 상가 1채(약 26.5㎡)를 매입했다가 낭패를 본 것.

잔금 치르기 전 임차인을 모집해주거나 프리미엄을 받아준다는 분양 사무실 관계자의 장밋빛 청사진만 믿었으나, 최근 시골땅을 헐값에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약속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강 씨는 신경쇠약증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전국 최고의 공실률’ ‘건축업자와 임대인, 임차인간 악순환 계약 구조’ ‘반복되는 개·폐업’ ‘상가 임대인 대표 선출 잡음’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세종시 상가 문제가 소송전까지 치달았다.

임대인 입장에선 억울할 만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업계 및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공통된 인식이다.

나성동 A 상가 분양, 어떻게 이뤄졌나?

14일 행복청에 따르면 A 건축물은 ㈜에스알토건 시행, ㈜성암토건 시공으로 지난 2015년 10월 건축허가를 받아 건립됐다. 근린생활시설, 즉 상가는 지하 1층~지상 3층까지 121호로 설계됐다. 4층부터 8층까지는 도시형생활주택이다.

상가는 같은 해 11월(10%)과 2016년 1월(5%) 계약금, 5월과 8월, 12월, 2017년 3월과 7월(각 10%) 중도금 납부에 이어 2017년 10월 잔금(35%) 납부 과정을 거쳐 입주를 시작했다. 이후 8개월여가 흐른 현재 지하 1층 4호, 1층 37호, 2층 32호, 3층 30호 등 모두 100여호가 공실 상태다. 

이중 강 씨는 1층 중앙복도 동선에 자리잡은 조그만 상가(26.5㎡, 약 8평)를 4억 5000만원에 분양받았다.

그는 “계약 당시 잔금 치르기 전 임대를 성사시키거나 프리미엄을 받아준다는 분양 사무실 관계자의 말을 믿고 계약을 했다”며 “잔금 납부일이 다가오도록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거짓말 때문에 시골땅을 헐값에 팔아야했다”고 성토했다.

계약 해지 원하는 강 씨 부부, 왜?

강 씨는 막상 시간이 지나도 임대가 나가지 않자 불안해졌다. 지난해 12월 자신의 상가를 꼼꼼하게 둘러보고 한번 더 놀랐다. 가뜩이나 창문이 없어 더욱 답답한 구조인데다, 한 가운데 커다란 기둥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

강 씨는 “바로 옆 상가 분양자 C(여) 씨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계약 당시에는 기둥이 없었으나 기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공사 도중 분양 계약자 동의 없이 설계 변경을 했고, C 씨는 이 사유로 계약해지를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옆 상가 소유주 C 씨는 강 씨 부부와 동일한 문제를 겪었다. 잔금 전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준다는 분양 대행인의 말만 믿고 계약을 체결했던 것.

C 씨는 이 말이 거짓임을 뒤늦게 깨달았고 수차례 해약을 요청하게 됐다. 해당 건설사와 분양 대행인은 이 요구를 거절했다.

상가 내부 사각기둥 문제도 제기했다. 명백한 계약위반으로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결국 에스알토건은 C 씨가 보낸 내용증명에 대해 회신했다.

에스알토건은 답변서를 통해 “프리미엄을 받고 전매를 알선하겠다는 내용은 본사의 책임이 아니다. 기둥 역시 분양 광고물에 표기했다”며 “다만 계약자의 사정이 어렵다면 요구에 따라 해약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C 씨는 가까스로 6750만원을 돌려받게 됐고, 가족 불화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최초 계약 당시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진행했고 이를 안 남편 D 씨와 이혼 위기 직전에 내몰렸다.

강 씨 부부는 C 씨 사례를 토대로 계약 해지에 나섰으나, 해당 건설사 측은 이번엔 더욱 강경하게 거절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소송 전으로 확산된 ‘나성동 A 상가’ 문제

결국 강 씨 부부는 지난 6월 4일 대전지법에 계약해지 신청의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에스알토건은 답변서에서 “강 씨 부부가 제시한 지상 1층 평면도를 보면, 기둥이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미 지난 2016년 3월 3일 계약 체결 당시 기둥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또 강 씨가 아내 최 씨에게 권리의무를 승계하던 지난해 10월 이미 완성된 상가를 실사한 사실도 거론했다.

건설사는 “같은 해 12월에는 해당 점포 유리창에 ‘주인 직접 매매 또는 임대’란 광고를 하는 등 소유권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사실 확인을 위해 본사에 연락을 취한 결과 담당자가 출장 중에 있어 오는 16일 다시 통화하기로 했다.

실제 현장에 가보니...

실제 현장을 가보니, SR파크시티 상가 공실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입주 8개월여가 지나도록 100여호가 임대 또는 매각되지 못한 채 공실 상태로 남아 있었다.

1생활권부터 3생활권에 이르기까지 전국 최고 공실률을 기록 중인 세종시 상가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팔려고 하거나 사려고 하는 사람, 임대를 하거나 받으려는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기 계약’ 과정의 거품낀 단면도 엿볼 수 있었다.

최초 분양 당시 상가 구조가 건설사 편의대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C 씨와 강 씨 부부는 쪼개기로 나온 통로 측 소규모 점포를 분양받았다.

도로변 메인이 아니었고 햇볕도 통하지 않는 곳이었으나, 1층이고 '세종시 불패'란 장밋빛 미래만 털썩 믿고 계약에 나섰다는게 분양자들의 하소연이다.

멋모르고 투자에 나서다 낭패를 보는 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분쟁을 줄여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행복청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연과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으나, 사적인 계약 과정에서 벌어지는 부분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허가일과 준공일, 면적 등 광고 필수 항목에 대한 확인 절차는 가능하나, 상가 구조 변경 등도 개입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 보장과 잔금 전 프리미엄 제공 등 과장 및 허위 광고 영역이 주로 구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세종시 상가가 잘되면 이런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는데 공실률이 두드러지는 만큼, 논쟁이 더욱 양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에선 상가 공실과 계약 과정이 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세종시와 행복청 등 관계 기관이 부동산 거래 또는 피해 상담소 운영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강 씨 부부와 에스알토건간 계약 해지 송사는 빠르면 이달 말 대전지법을 통해 1심 판결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1분기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4.3%(1위) ▲소규모 상가 8.8%(1위) ▲집합상가(공표되지 않음) 등의 부문에서 전국 최상위에 올라 있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4분기 연속 23%를 돌파하기도 했다.